‘장애인들도 절에 가고 싶어요.’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와 불교계의 무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사찰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장애인불자회를 창립하는 등 장애인 포교에 적극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 불광사(주지 돈관스님)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장애인들도 찾아올 수 있는 절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절 구석구석에서 ‘문턱 낮추기’ 공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조계종 총무원과 일부 사찰에서 장애인 경사로 등을 설치한 적은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 자취를 감춘 실정이어서 이번 불사는 더욱 관심을 끌었다.
불광사는 장애인들이 혼자서도 법당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불편없이 예불을 드릴 수 있도록 법당으로 통하는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했다. 휠체어를 타거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식당과 화장실도 바꾸었다.
또 21일 대구경북 장애인불자회(초대회장 박종근)를 창립하고 이들을 위한 사무실을 사찰 내부에 설치했다. 신도회(회장 법공)도 공사를 돕겠다고 나섰고, 60여명의 장애인 신도들과 1대1 자매결연을 맺기로 했다.
“지난해 영천 은해사에서 장애인 문화탐방 행사가 있었는데, 장애인 3천여 명이 참가했어요. 이 때 종각에서부터 법당까지 불과 100m 남짓한 거리를 4시간에 걸쳐 올라가 눈물을 흘리며 참배하는 한 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이번 공사를 준비했어요.”
불광사 주지 돈관스님은 이 일을 통해 종교시설에서조차 우리 사회의 약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사찰부터 바뀌어야겠다’는 다짐으로 편의시설 설치공사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가 지난 해 대구시내 종교시설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일제조사를 한 결과, 절대 다수가 편의시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통 계단뿐인 시설로 인해 종교시설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게다가 사찰의 경우, 문화재로 분류된 곳이 많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법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회장 돈명스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돈관스님은 사내 불교대학에 입학한 10여명의 장애인 불자를 중심으로 한 불교교육을 실시하고 외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는 차량봉사대를 모집, 직접 ‘모셔오는’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한시적 장애인이라 할 수 있는 노인, 임산부 등에게도 똑같은 서비스가 적용될 예정.
대구경북 장애인불자회 박종근 회장은 “사찰 내에 장애인전용 경사로와 화장실, 공중전화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이나 점자 및 음성안내문 등을 하나하나 갖추어 나간다면 450만 장애인에 대한 포교가 큰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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