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서울역 광장 모퉁이 10평이 채 되지 않은 노숙자 쉼터에서 허름한 복장을 한 노숙자가 하얀 약봉투를 들고 나왔다. 그의 손에 쥐어진 봉투에 쓰여진 ‘날마다 좋은 날 되게 하시고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소서’. 불자약사보리회(회장 장준수)가 자비의 불심을 담아 인술을 베푼 봉투였다.
약사불자로 구성된 불자약사보리회는 8일 서울역 광장 노숙자 쉼터에서 진료소 개소식을 갖고 노숙자와 극빈층 쪽방 거주자를 대상으로 무료투약 봉사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은 약국 문을 닫고 회비로 약품을 구입해 무료투약에 참여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불자약사보리회는 서울시 노숙자대책반의 요청으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서울역 광장 노숙자 쉼터에서 무료투약을 실시한다. 노숙자 무료투약은 1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며, 서울시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역 노숙자 무료투약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공동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이 단독으로 진료와 투약을 실시해 왔으나, 불자약사보리회가 불교계를 대표해 공동으로 참여하게 됐다.
98년 외환 위기 이후 노숙자 진료에는 5개의 개신교 및 천주교계 병원과 단체가 참여해 왔으나, 불교계의 노숙자 진료 참여는 최근 선재마을의료회와 봉은사가 가담한 데 이어 불자약사보리회도 이에 가세한 것.
불자약사보리회만의 이번 무료투약은 탑골공원과 을지로 지하보도에 이어 세 번째 실시되는 봉사활동이다. 연인원 6만명이 수혜를 입은 탑골공원의 노인 무료투약은 현재도 매월 둘째주 일요일 진행되고 있다.
불자약사보리회 유효순 부회장은 “인간방생이 방생 중에 제일가는 방생임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활동은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약국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나서야 한다는 데 회원들이 뜻을 모았다”며 “불교의 동체대비사상과 자비사상을 몸으로 실천해 불교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291-01-008-821 (예금주 김미경 재무)
박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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