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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호암사에 모여 사는 22명 대가족의 가장인 현종스님은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호암사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건넨다. 조그만 몇 동의 낡은 건물로 된 호암사는 5살, 6살 꼬마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과 공양주 보살, 그리고 현종스님을 숨겨 놓았다 내놓는 요술의 집 같다.
11년째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현종스님은 점점 늘어나는 가족으로 한동안 참기름과 배추 장사를 하거나 품앗이로 농사일도 해가며 가족을 부양해 왔다.
“나중엔 도반들 찾아가서 5만원, 10만원씩 후원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빚이죠. 특히 IMF로 후원자가 뚝 끊겼을 때는 장사를 해서 근근이 버텼습니다.” 그러나 호암사의 가족들은 어렵게 고비를 넘기고 하나 둘 늘어난 후원자 덕분에 먹고 사는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지난해 9월, 화마가 덮쳤다. 법당과 창고, 여자아이들 거처가 누전으로 전소됐고 옷가지와 식료품과 학용품이 모두 타버렸다.
“아이들이 등교한 후라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에 감사하다”는 현종스님은 이후 어렵게 조립식 건물을 다시 짓고 여학생 거처를 다른 동으로 옮겼다. 어려운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스님과는 달리 11년째 살림을 맡고 있는 이옥연(55) 공양주 보살은 걱정이 많다.
“계절이 바뀌니 옷이 걱정이예요. 가끔 입던 옷을 후원받지만 아이들 옷은 별로 없어요. 수저, 그릇, 학용품도 모두 부족하죠. 식구가 많으니 위생을 위해 식기소독기도 있어야 하고, 또 세탁기도 고장이 났고….”
공양간의 소소한 걱정거리는 스님에게 부담될까 스스로 해결하는 보살은 “동네 사람들에게 신세 많이 진다”며 웃었다. “편견없이 일반 가정과 똑 같이 봐주었으면”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스님은 아이들을 야단치자 화를 내면서 가버리는 후원자를 본 얘기를 들려주며 쓴웃음을 지었다.
먹일 것, 입힐 것 걱정이 태산 같아도 아이들의 엄마인 이보살은 “아이들이 착해서”라는 말을 모든 걱정 뒤에 빼놓지 않았다. 미술에 남다른 재주를 보이는 용환이, 피아니스트가 꿈인 정현이, 요리사를 꿈꾸며 공양간 일을 곧잘 도우는 순애,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을 타오는 동현이. 착한 아이들을 보며 현종스님이나 엄마보살은 잠시 어려움을 잊는다.
“인연된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것으로 내 일생의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 여기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현종스님. 스님은 장차 아이들을 위해 생활관 건립 계획을 세워두고 부지를 마련했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그래서 훗날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 부처님이 자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가족 사랑의 완성이라 믿는 까닭이다.
후원방법:계좌609-24-0113-454(국민은행) 예금주 심만택 054)541-7863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