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능선을 따라 핀 진달래가 양산 통도사(주지 현문)를 찾은 이들을 반기던 3월 15일, 환한 봄햇살속에 우뚝 선 통도사 성보박물관도 관람객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연건평 1천2백여 평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3층에 불교회화실, 통도사 역사실, 기획전시실, 기증유물실 등의 전시실을 갖춘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개관 채비에는 매일 40명을 웃도는 인력을 필요로 한다. 박물관 직원 19명 외에 최소 20~25명의 인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유물의 보존관리를 위한 기계실, 전기실 등의 시설관리실과 학예연구원 등 정규 직원만으로는 대규모 박물관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보충된다.
현재 통도사 성보박물관에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문화자원봉사회(회장 박해종)가 발족되어 각종 봉사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1999년 3월 성보박물관 개관과 함께 탄생된 문화자원봉사회 회원수는 890명. 이들 중 600여명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6개조 6개 분과로 나뉘어 박물관 휴관일을 제외하고 일일 일조씩 입구 및 전시실 안내, 유물 보호 등의 봉사를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동절기엔 오후 5시, 하절기엔 오후 6시까지가 활동시간이다. 부산, 울산, 양산 심지어 대구에서 새벽부터 박물관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오전 8시 50분, 예불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전시실마다 2-3명씩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은 환한 웃음과 친절로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자원봉사자들의 주된 활동은 유물 설명 및 전시실 안내. 하루 평균 1백명부터 많게는 하루 수천명을 안내하기도 한다.
15일, 7조의 불교회화실 담당 김연숙 보살은 신바람이 났다. 평소 우리 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전시실을 휘익 둘러보고 나가버리는 관람객 때문에 속이 상했던 김보살이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은 관람객을 만났기 때문이다. “문화에 관심을 가진 분을 만나면 절로 신이 난다”는 김보살은 탱화에 쓰이는 안료부터 조명, 실내온도, 습도 등과 탱화의 보존에 이르기까지 설명을 끝낼 줄을 모른다. 이것 저것 질문을 해가며 전시실을 둘러 본 이석현(포스코 에너지지부 근무)씨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안내자의 상세한 설명으로 많은 것을 마음에 담아 갈 수 있어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문화자원봉사회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어, 일어 회화 가능자 50여명이 전담하는 통역과 외국인 안내 같은 전문분야 봉사부터 각종 행사시 허드렛일까지 봉사 영역은 무한하다. 괘불이운 의식 재현, 부도헌다제, 각종 전시 행사 준비 등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서든 열성을 보이는 이들이기에 통도사나 박물관에 행사가 열리면 덩달아 바빠진다. 요즈음은 오는 4월 17일 보살계 수계산림과 함께 열리게 되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성공기원 법회를 앞두고 행사준비로 통도사 나들이가 부쩍 잦아졌다.
봉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친 문화자원봉사회는 교사, 교수, 주부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인적 자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자원봉사회로 꼽힌다. 회원 중 포교사 자격을 갖춘 이가 250명이나 될 정도로 문화포교사로서의 자긍심도 대단한 이들은 수적인 규모뿐 아니라 역량과 자질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99년 문화기반시설 관리운영평가’에서 통도사 성보박물관이 873개 문화기관 중 우수박물관으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한 문화자원봉사회가 전국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봉사회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원봉사자 교육과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1기 회원 모집 당시, 3개월동안 박물관과 문화전반에 대한 강의를 이수한 456명에게 자원봉사자격을 준 것을 시작으로 신규 회원 가입시 정기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을 주고 있다. 또한 회원이 된 후에도 각 분과별 연수답사, 전체 임원진의 정기연수교육, 상하반기 정기교육 등 수시로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이 계속된다.
특히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대학은 문화자원봉사회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비법이 숨어 있는 곳이다. 불교학, 불교미술, 문화재 전반 및 해외문화, 유적답사 등을 통해 불교와 전통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는 1년과정의 박물관대학을 수료하면 3년과정의 연구반에서 한국의 불상, 한국의 불화, 한국의 불교공예, 한국의 불교건축 등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이어가게 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다보면 하나라도 더 배워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게 수강생들의 설명이다.
15일 통도사성보박물관 문화센터에서는 2기 연구반의 개강식이 있었다. 이날 봉사를 맡은 7조의 이복동(부산. 52) 보살은 연구반을 3년 개근으로 졸업한 1기생이다. 입구에서 신발 정리를 하던 이보살은 “배워가면서 봉사하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것이 늘어나고, 또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겨 참 즐겁다”며 배움이 곧바로 질높은 봉사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7조 조장 정무희(울산 55) 보살 또한 “박물관 문화강좌를 수강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져 수지침, 불화그리기, 꽃꽂이, 다도 등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어 삶의 멋이 생겼다”고 자랑한다. “문화강좌에서 배운 다도로 부도헌다제때 차공양을 올렸다”는 안남수(50) 보살을 비롯 문화자원봉사회 회원들은 배운 것을 적재적소에 회향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배운만큼 회향하는 것, 그것이 나누는 기쁨을 체험한 문화자원봉사회의 철저한 봉사철학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장 범하스님은 “박물관에 소장된 훌륭한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달려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6일부터 3일간 상반기 정기교육이 실시되며 하반기에는 타박물관 견학 및 사찰 순례등의 연수교육를 계획중이다. 또한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화화교육 등 종단차원의 교육지침에 따른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자원봉사자의 소양을 쌓게하는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문화를 전하는 문화포교사들인 자원봉사자들을 더욱 실력있고, 친절한 구성원으로 가꾸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양산 =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