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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정사의 주지인 지홍스님이 처음 아이들을 키우게 된 것은 17년전으로 부모의 이혼으로 인연이 된 오누이였다. 이후 13-4명의 아이들이 이곳에 머물다 갔고 이후 소문을 듣고 하나 둘 모여든 아이들이 16명으로 늘어나 대가족이 되어 버렸다. 지홍스님은 "오는 인연 막지 않고 가는 인연 붙잡지 않는 부처님 말씀 따라 살다보니 스님아빠가 되었다"며 웃었지만 속이 편치만은 않다. 부모가 없는 고아보다는 이혼이나 기타 이유로 부모가 아이를 외면한 경우가 더 많은 까닭이다. 식구가 늘어날수록 무책임한 어른들로 인한 사회문제가 깊어진다는 의미이니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암담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밝고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이 스님에겐 위안이다.
정부의 인가를 받은 시설이 아니어서 정부보조금은 일체 없다.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 생활비 일체는 보광정사 신도회가 관리하는 사찰재정으로 충당된다. 또한 스님이 매일 5∼6시간씩의 개인택시 영업을 해 벌어들인 수익금도 고스란히 쏟아 붓는다. 지홍스님은 8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해왔다. 늦은 밤 시간을 이용해 하고 있는 택시 운전은 도심 속에서 불법을 전하는 스님만의 포교 방편이자 아이들 생활비를 버는 수단이기도 하다. 내색하진 않지만 스님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에 들어가는 재정 충당이다. 월급을 받는 주지로 재정을 신도들이 관리하니 신도들에게 부담을 주는 게 늘 미안하고, 쌀과 부식 등을 사오기도 하는 신도들이 고마울 뿐이다.
4년 전부터 아이들의 엄마가 된 임보경화 보살은 "유치원에 다니는 석이에게 월 20만원이나 들어가니 아이들은 학교 교육 외에 학원은 꿈도 못 꾼다"고 귀띔한다. 자식 가진 부모라면 16명의 자식을 키우는 스님과 엄마보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그래도 스님은 "궁한 것을 알아야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며 아이들을 엄하게 대한다. 그것이 인성이 각각 다른 아이들을 사랑하는 스님의 방식이다. 방학 때면 엄격한 시간표를 정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익히게 하는 것도 스님의 특이한 교육 중 하나.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변치 않는 것이 부처님 진리이므로 언젠가는 삶의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 스님의 지론. 덕분에 장래 희망이 '스님'인 아이들이 많아 스님은 자식을 제자를 맞을 날을 기대하고 있다.
"사람 인(人)자를 잘 새겨보면 아이들과 나는 서로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는 스님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오히려 즐겁고 고맙다"며 "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성원해 주는 것이 참다운 보시행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후원방법 : 계좌101-021307-04-017(중소기업은행) 예금주 보광정사
051)524-8932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