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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 스님은 며칠 전에 걸려온 전화통화 내용부터 꺼내 놓았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팔순이 넘은 비구니 노스님이 "고아로 태어나 절집에서 컸다"며, 보덕 스님에게 여생을 '형제'처럼 함께 지내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삶을 회향하자고 말했다는 것. 오갈 데 없이 버려진 아이들을 40여 년 넘게 보살펴 온 보덕 스님은 "아이들이 '할머니'가 한 분 더 생겨 좋아들 한다"고 말했다.
현대불교가 '후원합시다'에서 그동안 소개한 강원도 원주 '소쩍새마을'등 미인가 복지시설과 불우 이웃들에게 2~3백만원의 후원금이 답지되는 등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은 이들 단체를 직접 찾아 가거나 위로전화를 건네는 등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들과 그 마음을 따뜻하게 받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여성 39명이 살고 있는 서울 목동 '여성노숙자 쉼터 화엄동산'. 이곳에는 자신의 형편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훈훈한 온정을 전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목욕탕에서 때를 밀며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돈을 보내온다든가, 300백만원짜리 영구임대주택아파트에서 어렵게 살고 있지만 매달 한 번씩 소금 한 포대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 후원자가 있다. 여성노숙자들에게 '속옷'만큼은 새 것을 꼭 사주라고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또 강원도 영월 법흥사에서는 두 달에 한 번 과일, 사탕, 떡 등을 모아 보내오고 있다. 김기혜 소장은 "비구니 스님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는 덕택에 턱없이 부족했던 생활필수품과 약품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현대불교 357호에 소개된 경기도 포천군 '산마을 목련의 집' 에도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치매를 앓는 친정어머니를 13년간 돌봤던 양영화 원장.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불쌍한 노인들을 어머니처럼 모시는 사연이 알려지자, 인천에 산다는 어느 비구 스님이 직접 찾아와 "지치고 힘들 때면 꼭 읽어보라"며 양 원장에게 <묘법연화경> 한 권을 손에 쥐어 주고 갔다. 또 부산에 사는 보살은 10년 넘게 중풍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을 때마다, 양원장의 보살행에 힘을 얻어 “앞으로 시어머니를 부처님을 공경하듯 모시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김해시 정수사에서도 내복과 양말을 양원장에게 보내와 목련의 집 할머니들의 겨울은 한결 따뜻해졌다.
경제는 아직 어렵고 사회는 날로 각박해지지만 최근들어 이렇게 보살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불교자원봉사연합회, 소쩍새마을, 연꽃마을 등 불교사회복지단체의 후원금이 몇 년 사이 20~30% 내외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교 자원봉사자의 경우에도 연꽃마을이 최근 내놓은'2001년도 자원봉사활동보고서'에 따르면, 99년과 비교해 자원봉사자 수는 4배 가까이 늘었고, 특히 단체봉사팀은 무려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발표돼 물질적인 보시뿐 아니라 몸으로 직접 돕겠다는 자비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에 있어 스님과 재가불자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나서고 있고, 결연맺기, 폭넓은 자원봉사 활동, 후원금 지원 등 후원의 형태도 다양하다.
전남 순천 송광사 강원 학인 스님들은 한국심장재단과 결연을 맺고, 심장병 환자들을 돕는 보살행을 펼치고 있다. 지난 99년 9월 21일 1차 후원을 시작으로 2002년 2월까지 20여명의 환자들을 지원하여 열다섯 명이 수술을 했고, 5명이 수술을 준비 중이다.
심장재단과 강원 스님들의 인연은 학인 보월 스님의 원력에서 출발한다. 기나긴 암 투병생활을 했던 스님은 항암치료 등 모든 치료를 접고, 자신의 치료비로 남겨둔 돈까지 심장병 환자에게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스님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남을 돕겠다"며 "중생들을 위해 살다간 성인들의 자취에 보답하겠다"고 발원했다.
청년 불자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눈길을 끌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무의탁 노인요양원인 자광원(원장 김정자)에는 17년 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봉사단체 '날개회(회장 김태식)'가 있다. 이들은 매월 이곳을 찾아와 목욕, 세탁, 배변 도와드리기, 함께 외출하기, 말벗되어주기 등 봉사활동을 자광원이 설립된 이래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당뇨병이 악화돼 사경을 헤매던 3년 전부터, 소쩍새마을을 후원하고 있는 유향숙 씨(45, 경기도 여주). 그는 "온갖 질병과 싸우는 장애인들을 보면 내 몸의 병을 잊게 되고, 대화하기, 청소, 목욕시키기, 물건 정돈 등의 봉사활동을 땀 흘려 하다보면 당뇨병이 사라진 듯해,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오히려 봉사를 즐거워 한다.
아예 조직적으로 자원봉사 및 후원활동을 하는 봉사단체도 있다. 불교자원봉사연합회(회장 성덕)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자원봉사시민대학'에서 배출한 자원봉사자들을 각 구청이나 동사무소 사회복지과가 추천한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집에 직접 파견하고 있다. 특히, 불자련은 지난 95년 창립 때부터 '복지교화사' 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 등 3곳에서 7명이 활동하는 이들은 지역내 불우이웃 가정 방문ㆍ상담과 염불봉사, 간병 등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길동 '관음의 집' 신오숙(54) 총무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과 소년소녀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큰 환희심과 기쁨을 갖게된다"며 "앞으로 '아름다운 인연'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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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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