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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김미자(가명, 73) 할머니는 5년 전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고 이곳에 왔다. 오랜 와병생활로 대소변을 받아내던 며느리가 집을 나갔고, 이로 인해 충격 받은 아들 또한 가출해버렸다. 김 할머니는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다보니 이런 사실조차도 모른다.
박명자(가명, 75) 할머니는 지난해 겨울 자식들 손에 이끌려 이곳에 온 뒤 지금까지 자식들 소식을 전혀 모른다. 박 할머니는 "긴 병에 효자가 어디 있겠어. 늙어서 아들, 며느리 고생시킬 바에야 일찌감치 죽었어야 했는데…"라며 긴 한숨을 쉰다.
이곳에 사는 12명의 노인들은 모두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고통과 오랜 지병으로 불우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생계비지원은 커녕 제대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목련의 집 양영화 원장(54)은 누구보다도 이 노인들의 고통을 잘 이해한다. 치매를 앓는 친정어머니를 13년간 돌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양원장이 불쌍한 노인들 모시고 살겠다는 원을 세우고 95년 목련의 집을 설립한 것도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양원장의 아름다운 뜻을 그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마음만 앞설 뿐, 운영비와 일손 부족으로 만족할 만큼 노인들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치매노인들은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용변을 보는 것은 물론, 돌출 행동이 잦아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고, 중풍 노인들은 일일이 수발을 들어야 한다. 양 원장의 아들 오승민(33)씨가 엄마를 돕고 있지만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한달 평균 4백만원 넘게 들어 가는 운영비는 한계상황을 넘은지 오래다. 매달 100만원 정도 지인들과 주변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부족분은 고스란히 빚으로 쌓이고 있다.
"하루에만도 수십 장씩 소모되는 성인용 기저귀, 생필품, 약값, 병원비에 겨울철 난방비까지 너무나 힘든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는 한밤중에 기름이 떨어져 이틀 밤낮을 추위에 떤 적도 있어요."
양 원장은 오늘도 불자들의 후원과 자원봉사를 기다리며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한다.
전화:(031) 534-8554
주소: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구읍리 413번지
포천=김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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