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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km씩 120일간 총 4000km 도보기도
25년간 1년의 절반 이상 꼬박 만행을 하면서도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차를 타지 않고, 갈아입을 옷 두벌만을 지닌 채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無門關) 3층의 한 방을 지키고 있는 스님.

도보수행중 안 다녀본 곳이 없어 전국 어디라도 구석구석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스님. 천축사 무문관의 마지막 수행자인 원공스님(천축사 주석)이 이번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한 평화 도보 대장정’에 나선다.

2월28일부터 6월30일까지 120일간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일본 삿포로 월드컵경기장까지 한일 월드컵 개최 도시 20곳을 걸어서 순례하는 이번 대장정은 한일 월드컵 성공개최와 인류 평화란는 서원을 담고 있다.

'산에 도라지를 심는 사람들'과 함께 총 4000km 구간을 하루 30km씩, 10시간씩 걷는 이번 순례는 월드컵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개최도시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한일 문화교류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원공스님이 도보수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 79년.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에서 6년 면벽수행을 끝내면서였다. 그동안 1백55마일 휴전선 순례, 통일기원 1백80일 국토 순례, 이산가족 고향 자유왕래 염원 2백20일 순례, 통일염원 북한 농민을 위한 비료지원 모금 123일 백두대간 종주 등 굵직한 보행 기도만도 일일이 손꼽을 수 없다.

그래서 직접 한일 양국의 흙을 밟아가며 두 국토를 한 가슴으로 끌어안는 이번 순례도, 그 동안 하루 1백 리를 넘게 걸으며 염원해 온 ‘걷는 것이 곧 통일이다’는 화두풀이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원공스님은 그동안 백두대간이라는 긴 산줄기에서 우리꽃 도라지 심기와 산에 숨겨진 쓰레기 캐내기를 ‘수행방편’ 삼아 계속해 왔다.

‘우리 나라 토종 식물인 도라지는 식용은 물론 약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데다 보랏빛, 흰 꽃으로 온 천지를 아름답게 물들여 주니 더 이상 좋은 꽃이 어디 있겠느냐’는 스님은 우리 산하를 밟아보면 볼수록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간다고 한다.

도라지를 심는 까닭도 다름 아닌 이 강토와 산하, 그리고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절절한 바로 그 사랑 때문이다.

그런 스님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도봉산을 오르다 한두 번 스님을 만나본 이나, 혹은 가까운 이들을 따라갔다가 스님의 이야기를 듣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스님의 도라지 심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이렇게 모인 불자들과 산악인들은 ‘산에 도라지 심는 사람들’을 구성해 통일을 위한 국토순례나 북녘동포돕기 등에 나서게 되었다.

‘우리 나라의 모든 문제가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는 스님은 '민족동질성회복(民族同質性回復)'이라는 구절까지 담아 손수 통일반지를 만들어, 천축사 무문관 조그만 방에 드는 사람이나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직접 끼워주기도 한다.

‘산에 도라지 심는 사람들’ 관계자는 “한일 평화대장정은 두 나라 중생의 고통을 함께하고 그 괴로움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발원하는 이 시대의 수행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몸소 보여주는 기도”라며 불자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2월 28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출발하는 이번 대장정에는 구간별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걷기 어려운 불자들은 인류평화와 북한동포돕기 기금을 후원할 수도 있다. 문의=016-479-4790

김재경 기자
jgkim@buddhapia.com
200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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