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청에만 열중하는 재웅(11세, 번동초등학교 4년)이. 최연순 할머니는 늘 말없이 TV앞에만 우두커니 앉아 있는 손자가 안쓰럽기만 하다.
제대로 입히고 먹이지 못하는 가난에 찌든 생활. 며칠 후일지, 몇 년 후일지 모르지만 혼자 남겨질 손자 녀석이 걱정이다. 최 할머니는 96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과 3년 전 재웅이를 남겨 두고 재혼한 며느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현재 최 할머니는 남편과 재웅이, 세 식구가 함께 산다. 남편인 한기준(70세) 할아버지는 지난해 9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하면 그나마 3년 정도를 더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자포자기한 상태다.
남편 병 수발을 들던 최 할머니 또한 오랜 지병으로 거동조차 불편하다. 재작년 4월에는 패혈증으로 8일간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넘나들다 살아났다. 최근에는 류마티스 관절염까지 생긴데다가 정신까지 쇠약해져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현재 이들 세 식구는 정부로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한기준 할아버지 앞으로 나오는 정부지원금 3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9월 구청에서 9평짜리 지하 전세방이라고 얻어 주지 않았다면 생활자체가 불가능했을 정도다.
매월 30만원으로 세 식구가 살다보니 ‘먹고산다’기 보다는 ‘연명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당장 먹고 사는 것도 걱정이지만 최 할머니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재웅이에게 대물림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커갈수록 성격이 어두워지는 재웅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하루 한 끼, 잘 먹어야 두 끼의 밥. 그래서 늘 배고프다고 투정을 부리는 손자 녀석을 배불리 먹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배라도 부르면 잘 웃기라도 할 텐데...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재웅이 키워주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언제든지 보낼 텐데...내가 죽으면 우리 재웅이 누가 밥이나 먹여 줄꼬.”
힘없는 최 할머니 말에 재웅이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만다. 그리고는 내복차림으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린 소견이지만 할머니의 말에 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최 할머니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는 “부처님, 우리 재웅이...”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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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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