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 우선 배워야 할 불자의 도리는 하심(下心)이다. 1월 19일 저녁 10시30분. 이 도리를 익히기 위해 서울 구파발 거암관음사 대웅전에 모여 철야정진에 들어간 4명의 서울은행 불교행우회(회장 권태중, 본점 카드사업부 부부장) 회원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기도정진에 앞서 오분향 예불, 반야심경 봉독, 신묘장구대다라니 49독 등으로 마음 다잡는 예를 올렸지만, 한 배 한 배 거듭될수록 행원 불자들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하지만 권 회장을 비롯해 오희도(관양동지점 대리), 홍종선(본점 출납실 직원), 주민혁(본점 증권대행부 대리) 씨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은 없고 오직 환희심만이 있을 뿐이다.
서울은행 불교행우회의 철야정진은 이미 7년째를 맞았다. “정기법회 외에도 정진법회를 따로 해야만 올바른 신행이 아니겠냐”는 안니옥 지도법사(거암관음사 주지)의 의견에 회원들이 적극 참여해 96년부터 매월 둘째주 주말마다 실시됐다.
회원들의 신심을 북돋고 각자 몸담은 일터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신행의 기초를 매달 한차례 만나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철야정진을 횟수로 따지자면 72회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권 회장은 “수마를 쫓고 다라니 진언과 염불, 절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철야정진”이라고 말했다.
새벽의 어둠을 가르며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신묘장구대다라니 진언 소리는 법음으로 맑은 내면에 휩쌓인 각자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힌다.
오희도 총무는 “세상의 보배는 변하지 않는 게 없다. 그러나 삼보라는 보배는 우주 전체를 소유한 것보다 넉넉한 마음이며 다함이 없는 공덕장엄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라며 “철야정진을 통해 삼보를 공경하며 더러운 곳에서도 피는 연꽃처럼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맑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을 서원한다”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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