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해요. 흉내 내기도 힘들걸요”
“맞아요. 어쩌면 그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요.”
1월 15일 오후 3시. 종무소에 모인 대구 불광사 관음회 회원들이 누군가를 대상으로 원망 섞인 불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 불만에는 존경심이 깃든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어 오히려 듣고 있기가 즐겁다.
이처럼 회원들의 ‘원망 아닌 원망’을 한 몸으로 받는 주인공은 바로 관음회 회장 박순자(45, 법명 법계수) 보살. 박 보살은 경북불교대학 졸업생 동문 55명으로 구성된 관음회가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는데 있어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관음회는 소화하기 힘들 만큼 봉사활동을 해왔다. 매주 목요일 경산 백천사회복지관 어르신들 점심공양, 경산 승낙원 지체장애인을 위한 물품 후원은 물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영남대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등창난 환자들을 씻어 주는 등 많은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자 이렇게 강행군을 독려해 온 박 보살에 대해 일부 회원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봉사활동 일정은 집안일 챙길 시간까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박 보살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회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박보살의 하루 일과와 가족신행이 전해지면서 관음회 회원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박 보살은 중장비 사업을 하는 남편 사무실에서 매일 저녁 9시까지 경리업무 등을 보조하고는 저녁 늦게 불광사로 와서, 밤 12시까지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 이렇게 바쁜 일상 중에도 봉사활동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러한 박보살의 신심은 남편 장근진씨(51)와 아들 장인환군(22)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작년 12월 25일 아들 생일날, 부자가 나란히 수계를 받았고, 아들 인환군은 불광사 주지 돈관 스님의 유발상좌가 돼 불가에 귀의까지 했다.
아들과 남편은 이제 박보살의 든든한 후원자다. 이런 박보살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회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박보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더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할망정 불평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회원들 사이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관음회 회원 월명심 안상분씨(45)씨는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제자들을 교화하셨듯이, 법계수 보살은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5년 동안 봉사활동을 끊임없이 해온 박보살은 나름대로의 ‘자원봉사철학’이 있다.
“부처님께서 모든 일에 걸림 없이 실천하라고 했잖아요. 자원봉사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어요. ‘한 순간 잠깐 발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천’하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 참뜻이 아니겠어요? 마음의 여유가 있고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마음을 먹는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마음을 비우고 보살행의 길을 가게 해 달라’고 관음기도를 드린다는 박 보살. 박 보살은 작년 제201 특수여단 호국무학사 점안식 회향법회 때 음성공양을 한 인연으로 올해는 군포교에 나서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작년 6월에 창립한 ‘대구불교합창단’의 부단장을 맡게 되면서 군부대를 돌면서 ‘음성공양’에 나선 경험을 살려, 이제는 군포교를 통해 불교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구불교합창단’은 작년 7월, ‘지체장애인 돕기’ 영천 거조암 산사음악회를 시작으로 12월에는 전국불교합창제에 대구시 대표로 참가해 발표회까지 열기도 했다.
“노래 가사에 감동 받은 불자장병들이 감사편지까지 보내왔어요. 젊은 불자 친구들이 부처님의 노래를 귀를 세우고 들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으세요?”
박 보살은 오늘도 초심자와 같이 부처님께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항상 발원한다. 박 보살은 분명 대구 불광사 관음회의 자랑임에 틀림이 없다.
대구=김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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