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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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보현회 전영숙 보살
10일 밤 11시. 하루 종일 길상사 절 살림을 꾸리느라 옷을 벗기도 귀찮을 만큼 피곤하지만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탐색창을 연다.

혹시 내일 보현회 회원들에게 해줄 좋은 말이 없을까, 내일 만나는 불자들에게는 어떤 법구를 말해주면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전영숙 보살(55)은 졸음을 참아가며 화면을 바라본다.

전 보살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다. 새벽 5시 일어나 9시까지 남편과 아들을 직장으로 보내고 집안살림을 정리한 후, 곧바로 길상사에 가서 점심공양을 준비한다.

11시 30분부터 2시까지 공양간에서 바쁘게 일한 후 자신은 오후 3시가 돼야 간신히 점심을 먹는다. 4시부터는 길상사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저녁 공양과 내일 쓸 음식을 미리 준비한다. 그런 후 경조사가 있는 회원들을 일일이 챙기고 나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빨라야 7시. 저녁 준비와 함께 이런저런 잔일을 하다보면 10시가 훌쩍 넘는다.

이러기를 4년째. 당연히 길상사 여기저기 전 보살의 손때가 묻지 않는 곳이 없다. 김치와 된장에 전 보살의 손맛이 들어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설법전 문지방이며, 정법전 창호지며, 어느 하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작년 길상사 자원봉사자 모임인 보현회 회장 소임을 맡은 이래 전 보살은 공양간 봉사활동에서부터 수천 명이 참석하는 대중법회나 수련회의 뒷일을 도맡아 처리해왔다.

“처음에는 평생 교회를 다니신 시어머니는 물론이고 남편마저도 못마땅하게 생각했죠. 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차츰차츰 이해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남편이 먼저 아침 공양 때 합장을 할 정도죠”라며 웃음짓는 전 회장은 오늘의 길상사를 있게 한일등공신이다.

전 보살이 길상사 신도가 된 것은 97년 길상사 개원법회에 참석하면서부터. 여고시절 학내 불교동아리에 들어가면서 불교에 입문한 뒤 참선과 수련회 등 다양한 신행활동으로 불심을 키워온 전 보살은 지금은 보현회의 왕언니로 통할 만큼 신심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명씩 드나드는 길상사의 살림을 도맡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게다가 보현회 회원들 간의 단합에도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몸이 두개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보현회 활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긴 나머지 경전 한 구절 보기 힘든 날이 많아지면서 요즘들어 전 보살은 부처님을 멀리하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공부에만 전념하기도 어렵다. 전 보살이 없는 길상사 살림살이는 이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장 소임은 맡고 있는 이상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겁니다.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선방에 참선수행을 하고 싶습니다”

전 보살은 올해 이런 서원을 세웠다. 이제부터는 바쁘다는 핑계로 불교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추천의 말 - 덕조스님(길상사 주지)

전영숙 보살은 어떤 일을 할 때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이다. 회장을 맡기 이전부터 길상사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한편, 자원봉사자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길상사 보현회 회장으로써 능수능란하게 회원들 간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원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살심, 자비심이 넘치고 자기희생이 가능해야 할 수 있다. 길상사가 처음 개원했을 때부터 법회는 물론 새벽기도, 수련회에 꼬박꼬박 참석하며 길러온 신심을 바탕으로, 전 보살은 서로 안 하려고 하는 궂은 일을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한다.

이것은 그녀의 돈독한 신행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길상사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맑고 향기로운 분위기는 바로 전 보살과 같은 훌륭한 신도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강유신 기자
shanmok@buddhapia.com
200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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