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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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50여명 108배로 ‘새해맞이’
“100일 기도 중 18일째 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경북 봉화군 상운면 농선(農禪)도량 관음사의 새해 첫날은 우렁찬 독경 소리로 시작된다.

동짓달 초하루(구랍 15일)에 동안거 백일기도를 입재한 관음사에는 매일 50여명의 불자들이 나와 두 시간의 기도에 동참한다. 대부분이 인근지역의 촌로(村老)불자들이지만 기도하는 자세만은 사뭇 진지하다. 법당에 나오는 불자 외에 전국에서 400여 불자가 같은 시간에 경전을 펴 들고 공간을 초원해 기도에 동참하기도 한다.

관음사의 올 동안거 백일기도 주제 경전은 <불설무량수경>. 매일 경전을 한 단락씩 읽고 사경하고 108배를 하는 게 기도의 주된 내용이다. 특별한 발원도 있다. 관음사 법보전에 한글대장경 모시기를 서원한 것이다.

관음사는 동안거 기도에 동참한 불자는 반드시 보시행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간은 ARS 전화를 통한 이웃돕기에 동참 해 왔다. 올해도 이 같은 무주상보시를 하는 가운데 따로 한글대장경 봉안 불사도 추진한다.

“6년째를 맞은 동안거 백일기도는 농한기의 농촌불자들이 신심을 다지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동참해 본 불자들이 다음해에는 반드시 도반 1명을 데리고 올 정도로 동안거에 만족합니다. 사경을 위해 한글을 배운 80대 할머니가 계실 정도로 불자님들이 열심히 정진합니다.”

관음사 불자들은 자신의 수행을 가다듬고 남을 돕고 또 한글대장경을 모시는 3가지 원력을 실천하며 새 해를 맞는 셈이지만 주지 농선법사는 “원력은 크고 많을수록 신심이 장해지는 것”이라며 어느 해 보다 보람 있는 동안거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관음사는 농사와 수행을 함께하는 ‘전천후 농촌포교 도량’이다. ‘오지(奧地)’라 할 수는 없어도 궁벽한 농촌일 수밖에 없는 이 곳에서 포교 원력을 세운 농선법사는 가장 먼저 트랙터를 구입했다. 농사철이면 인근 부락을 돌아다니며 밭갈이와 모내기 울력에 나서고 동양란과 적상추 등 직접 시설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서로 품앗이를 하며 정답게 농사를 짓는 동안에는 논두렁 밭두렁이 법당이 된다.

반면 동안거 백일기도는 경전공부와 사경, 참회, 참선을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새해 첫날, 관음사의 동안거 기도는 초반전에 불과하지만 다른 해와 달리 한글대장경 봉안을 발원한 불자들의 기도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봉화=임연태 뉴미디어 부장
ytlim@buddhapia.com
200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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