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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평화교우회의 베트남 의료봉사
베트남 하노이 인근 하이증 성 찔링 마을. 리쯔(베트남 과일)나무가 우거진 가운데 평화로워 보이는 이 마을은 200여명의 베트남 나환자들이 세상과 격리된 채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12월 6일 오후 2시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불교사원 옆 공터에서 불교평화교우회(Buddhist Peace Fellowship, www.bpf.org) 의료봉사단이 아무도 찾지 않는 이들을 위한 임시진료소를 열었다.

간이 진료 테이블 앞에서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나환자 8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의료 봉사단이 물 마실 시간도 없이 진료가 이어졌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의사들은 나환자들의 입을 들여다보고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을 닦아 줬으며,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어루만진 뒤 필요한 약을 처방했다.

의료봉사단은 불교평화교우회의 ‘사회참여를 위한 불교인 연대’(Buddhist Alliance for Social Engagement)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베트남을 방문, 지난 해 10월 이곳에 진료소를 설치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상에서도 지혜(panna)를 잃지 않고 수행(samadhi)과 봉사(seva)하는 불자가 되자는 취지로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등에 의료봉사단을 파견하는 것은 불교평화교우회의 중요 사업 중 하나다.

“서구의 세력 틈바구니에서 모든 것을 잃었던 베트남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피를 나누고 싶었다”는 의료봉사단 존 베이커(John Baker, 미국) 단장은 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 병원이나 연구소에 들어간 친구들과는 달리 98년 불교평화교우회의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해 아프리카, 동유럽 등 여러 곳에서 의료봉사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날 진료가 시작되기 전 10여 명의 의사들은 전날 밤 정성 들여 포장한 50개의 선물꾸러미를 주민들에게 건넸다. 과자, 사탕은 물론 단주와 같은 불교 용품과 서적 등이 든 작은 꾸러미였지만, 베트남 정부로부터 10달러(약 1만3천 원)의 한달 생활비와 하루 1000동(약 1백원)의 약값을 지원받는 나환자들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의료봉사단이 지난해 11월 초 나환자촌에 닭과 돼지를 구입하라며 판 옌 뚜 촌장에게 2000달러(약 2백6십만 원)를 전달한 것에 이어 두번째다.

이에 앞서 불교평화교우회는 올해 초부터 남딘 성의 상이군인병원에 3000달러(약 3백9십만 원)를 기탁해 14명의 환자들에게 수술기회를 줬고, 하노이 근처 다이딘 마을의 가난한 농가에 암송아지 16마리와 암퇘지 15마리를 선물했다.

의료봉사단에 처음 참여한 마빈 케스퍼(Marvin Casper, 미국) 씨는 “베트남 불교의 맥이 끊이질 않길 간절히 바란다”며 “미미하게나마 유지되고 있는 베트남 불교를 북돋운다는 심정으로 따뜻한 불자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찔링 마을의 판 옌 뚜 촌장은 “기부금만 내놓는 다른 국제단체들과는 달리 직접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 준 불교평화교우회 의료봉사단원에게서 정감과 따뜻한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
gobaoou@buddhapia.com
200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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