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전주 교동에 위치한 군경묘지. 30여명의 불자들이 이름없는 영가의 묘지 앞에 헌화, 분행한 후 나란히 섰다. 이윽고 목탁 소리에 맞춰 조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아미타경> <무상게> <법성게> <장엄명불> 등의 독송이 이어졌다.
매월 음력 18일 지장재일 때마다 군경묘지의 무연고 묘지를 찾아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독특한 신행을 펼치는 이색 신행단체가 있다.
남이 보든 보지 않는, 5년여간 한달도 빼놓지 않고 이웃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이 모임은 바로 전주 전북불교대학(학장 강건기)의 경전독송회(회장 류성근).
목탁을 치며 법회를 주관하는 경전독송회 유성근 회장은 “우리역사와 민족을 지켜온 것은 말없이 숨져간 이름없는 순국영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잊혀져간 순국영령들을 오늘에 되살려 상실되어가는 호국관을 후세대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영가들을 위한 독경염불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경전독송회가 태동한 것은 지난 1997년 2월. 산사도 아닌 도심속의 불교대학 법당에서 많든 적든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매일 오전 4시30분 1시간동안 새벽예불을 진행한 것이 벌써 6년째에 접어들었다.
새벽 예불에 하나 둘씩 참석하던 전북불교대학에 재학중인 학인이나 졸업동문 등 50여명이 97년 7월 18일 독경을 위주로 한 사회봉사를 발원하며 창립한 것이 경전독송회의 출발이다.
새벽예불을 올리다 보니 ‘불공은 스님이나 타인에게 의뢰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여름, 겨울방학을 이용한 불교의식 실수(實修)다.
97년 7월 14~18일 5일간 여름방학을 맞아서 경전독송 특별정진기간으로 정해 경전독송 실수, 회원 상호간의 음율을 맞추어 기도정진하는 등 집중교육을 실시해 회원들이 불교의식에도 나름의 일가견을 갖게 되었다.
회원들이 독경염불에 자신감을 갖게 되자 불교대학 학인 및 동문을 위한 상가염불도 시작했다. 97년 여름에는 불교의식 및 상가염불을 위한 독송집도 발행해 불교의식 관련 교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성도재일과 연말 등 특정 기념일에 철야정진을 주관하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경전독송 모임을 가져 불교대학내의 신행붐을 조성했다. 인연있는 불자들에 대한 상가염불은 불교대학 구성원의 상호부조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해, 지난 11월 10일 전북불교대학 상조회를 주도적으로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상조회 창립은 지난해 8월 26일 수해복구 현장에서 순직한 故 유화종(전북 군산시청 건설과) 회원의 빈소를 찾아 염불한 것이 한 계기가 되었다. 경전독송회 회원 등 40명이 발기한 상조회는 불교장례를 배우면서, 상례가 발생했을 때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염불독경과 장례와 관련된 상담을 하게 된다. 또한 경전독송회 주관으로 매주 토요일 큰법당에서 정기법회 후 독송을 비롯한 불교장례의식도 실수한다.
전북불교대학이 배출한 전법사를 비롯한 회원들은 이밖에도 스님들이 부족한 군법당의 현실도 외면하지 않았다. 98년부터는 정읍 군부대 불자장병들을 위해 매달 1회 법회를 주관해 군포교에도 나섰다. 2년후 보다 전문적인 포교단체인 전북불교대학 전법사회에 군포교를 이관하기 전북지역 군불교 활성화에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되었다는 평가다.
전상원 총무는 “신행단체의 분위기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분위기로 바꾸는 대안이 경전에 들어있다. 부처님의 법신이 담긴 경전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은 자비실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며 불자들의 경전독송을 권유했다. (063)226-7878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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