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음 10월 15)일부터 내년 2월 26(음 1월 15)일까지는 동안거 결제기간. 3개월 동안 스님들이 한 곳에 모여 참선정진하는 이 기간에 스님 못지않는 용맹정진에 나서는 재가불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현대불교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가자 동안거가 실시되는 사찰은 20여곳, 해인사 원당암이 150여명, 용화사 보살선원이 130여명, 서울 안국선원이 500여 재가자들의 방부를 받는 등 모두 3천400여 재가자들이 결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는 41년간 끊임없이 계속돼 온 1개월 안거 원칙에 따라 12월 18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동안거를 실시, 1천500여명이 동참하는 결제에 들어간다.
재가자 안거의 효시는 해방후 전강스님이 개설한 인천 용화사 보살선원. 송담스님이 그 뒤를 이어 매년 1백여 보살들이 계절 안거에 동참하고 있다. 72년부터 철마다 70여명의 재가자가 안거를 나는 부산 해운정사는 재가자와 스님을 같은 선원에서 정진시킨 향곡스님의 가풍을 이어받아 전법제자인 진제스님이 직접 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78년 혜암스님(조계종 종정)이 해인사에 주석한 뒤 개설한 원당암 재가선원에도 150여 재가자들이 한철을 나고 있다.
90년대 들어 개설한 통도사 부산포교원을 비롯 통도사 취운선원, 서울과 부산의 안국선원, 부산 여여선원, 서울 우곡선원, 봉은사 봉은선원, 도선사 무차선원 등이 짧은 기간동안 재가자 동안거를 내실있게 정착시켜 왔다.
반면 단기 겨울수련회를 실시해 온 사찰들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고흥 송광암과 제주 원명선원, 경주 골굴사, 정토수련원 등이 재가자 겨울수련 도량으로 각광받고 있는 반면 많은 사찰들이 난방시설 등 수련공간 미비, 재정 및 참여자 부족,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 겨울수련회에 참석하는 불자들이 대부분 초발심자들이다 보니 추운 겨울 힘든 정진을 이겨내지 못해 참여율이 낮아지는 추세라면, 몇 달간의 결제에 동참하는 불자들은 오랜 참선정진의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아 오히려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가자 동안거는 사찰에서 상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하루 8~10시간의 정진시간을 엄수하는 대신 가정에서 오가며 수행하는 곳도 있어 더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선종 수사찰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 3년째 재가자 동안거를 실시중인 봉은사의 전대식 사무장은 “IMF관리체제 이후 계속된 경제난으로 인한 실직과 이로인한 가정붕괴 등 정신적인 상실감이 커지고 있는 요즘, 재가자들의 안거 동참은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주말 등을 이용해 수시로 길상사, 강남포교원, 무불선원 등 20여개의 시민선원에서 정진하는 불자들을 비롯 3개월간 속세의 때에 찌든 번뇌를 잊고 자신과 싸우는 이들 재가자들은 한국불교의 희망임에 틀림없다. 사찰에서 결제에 들지 못한 재가자들도 매순간 생활속에서 정진하면서 진정한 해제를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이다.
<재가자 동안거 사찰>
사찰명 정원 연락처
해인사 원당암 150명 (055)932-7307
해운정사 금모선원 70명 (051)746-2256
용화사 보살선원 130명 (032)872-6061
봉은사 봉은선원 50명 (02)516-5652
홍천 금강선원 50명 (033)433-5845
통도사 부산포교원 80명 (051)816-2241
선학원 중앙선원 40명 (02)732-3327
통도사 취운선원 40명 (055)383-6479
도선사 무차선원 30명 (02)993-3161
부산 여여선원 50명 (051)740-6288
구인사 1500명 (043)423-7100
보광사 시민선방 30명 (02)993-3808
부산 안국선원 500명 (051)892-9877
서울 안국선원 500명 (02)732-0772
창원 안국선원 80명 (055)281-0772
혜원정사 50명 (051)866-7771
황대마을선원 50명 (055)963-9551
갑사 대자암 20명 (041)857-5880
서울 우곡선원 30명 (02)529-5027
보현사 보살선원 30명 (053)254-6966
김재경 기자
jgkim@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