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단순히 피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 생명보시입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 하겠습니다.”
4~10년 동안 매달 1차례 꼴로 헌혈을 한 불자들이 화제다. 조계종 포교원에 근무하는 김한일, 성균관대 불교학생회 前 회장 임지훈, 인터넷에서 불교카페를 운영하는 정재준, 항공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유승혁 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생명나눔실천회에 따르면 이들의 헌혈기록은 적게는 50회에서 많게는 100여 회에 이른다.
동국대 불교학생회에 가입하면서 헌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김한일 씨의 경우, 헌혈을 너무 자주 한다는 가족의 걱정 때문에 혈액검사 통지서를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배달되도록 했을 정도다. 김씨의 이러한 헌혈봉사에 생명나눔실천회와 대한적십자사는 ‘생명나눔상’과 ‘적십자헌혈유공은상’을 주어 격려했다.
임지훈, 유승혁, 정재준 씨 역시 헌혈을 의뢰하는 전화를 받으면, “내 피를 나눠가진 누군가가 다시 새 생명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바쁜 일과 중에도 적십자나 혈액원을 꼭 찾는다. 요즘 젊은이들이 “감기약을 먹고 있다”, “빈혈이 있다” 등의 핑계로 헌혈을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들 불자들은 헌혈에 특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불교계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생명나눔실천회에 헌혈봉사단이 조직돼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개신교나 천주교 등과 비교해보면 헌혈 인구는 극히 미미하다. 서울 강북지역의 헌혈자들을 관리하는 동부혈액원에 따르면 2000년도 종교인 헌혈인구 7천8백여 명 중 개신교가 87.7%, 가톨릭이 12.2%인 반면 불교가 0.1%로 가장 미약하다. 이는 각 사찰별로 헌혈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신도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헌혈에 대한 보수적인 경향 때문이다.
“헌혈은 건강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예요. 불자라면 ‘작은 몸보시’가 될 수 있으니 많은 불자들, 특히 젊은 불자들이 동참했으면 해요”
김한일 씨의 이 말은 한번쯤 곱씹고 실천해야 할 당부 같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