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과 자만심을 버리고 진정한 참회를 통해 하심(下心)할 수 있는 ‘절’ 수행법.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증진은 물론 신구의(身口意) 3업을 정화해 업장을 소멸함으로써 염불, 독경, 참선수행법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행법이다. 최근 각 사찰과 신행단체를 중심으로 이러한 ‘절’수행이 확산돼 새로운 신행형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10월27일 서울 강남 봉은사. 이날 ‘3000배 철야정진 법회’에는 1만여명의 불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매년 한 차례씩 봉행해오고 있지만 올해 법회는 대웅전, 법왕루, 선불당, 미륵전 등 모든 전각에 신도들이 꽉꽉 들어차고 경내 마당마저 비좁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특히 주지 원혜스님을 비롯한 18명의 사중스님과 22명의 종무원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봉은사 신도가 아닌 불자들도 2000여명 이상 참석했다.
더욱이 법회가 시작된지 3시간쯤 지난 밤 10시경 보슬비가 내렸지만 단 한사람의 동요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힘들어하는 불자들이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지만 포기하는 불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법회가 끝날 무렵인 다음날 새벽 4시, 일부 불자들은 방석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자신이 해냈다는 환희심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 조계사 사중 스님 12명과 종무원 50여명, 신도 300여명은 10월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간 매일 오전 108배를 실시했다. 이유는 일주문 불사를 뜻있게 건립하고 새로운 불사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108배를 하고 있는 조계사 사부대중들은 1배마다 100원씩을 적립했다. 종무원도 종무원 이전에 조계사의 신도임을 강조한 행사였다.
제주 남국사도 10월 20일 제5회 ‘3000배 참회 대법회’를 개최했으며, 성철스님문도회와 해인사 백련암은 10월 29일부터 1주일간 성철 스님 열반 8주기를 맞아 백련암 고심암에서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주제로 7일 7야 7000배 참회기도에 들어갔다.
대구 관음사 역시 3000여명의 불자들이 98년 음력 10월1일부터 2008년 음력 10월1일까지 ‘불교 중흥, 나라 발전, 자아성찰 발원’ 주제의 10년 기도정진 결사를 통해 각자의 근기에 맞게 108배, 1080배 기도를 하고 있다. 특히 강진여성(55) 보살은 ‘불교중흥과 불교 유치원 건립’을 발원하며 3년째 매일 3000배 기도를 올리고 있다. 남편 역시 강 보살의 간절한 원력에 힘입어 매일 1천배 기도를 계속하고 있다.
직장직능 불자모임의 절 수행도 확산되고 있다. 과천종합청사불자회와 건교부불자회는 10월 24일 양평 법왕정사에서 3000배 철야정진 법회를 가졌다. 수협불자회와 경찰청불자회 등 많은 직장불자회와 사찰신도회, 성지순례단들은 수시로 법왕정사에서 절 하는 법을 배워 자체적으로 108배, 1080배, 3000배 기도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등 절 수행이 신행단체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법왕정사 주지 청견스님은 “호흡에 맞춰 신구의 3업을 정화해 가는 절하기는 업장소멸과 소원성취는 물론 염불, 동경, 간경수행을 위한 기초수행이 된다”며 “절하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겅강에도 좋아 점차 많은 사찰과 단체들이 채택하는 수행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우ㆍ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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