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표방해 왔지만 해방이후 교단 운영은 시민사회의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거나 중생의 고통에 침묵 내지는, 외면하는듯한 인상을 심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몇 년전부터 스님들이 시민ㆍ환경운동에 동참하면서 ‘시대고(苦)’와 ‘사회고’ 해결에 적극 나선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 조계종 포교원장 정련(내원정사 주지)스님이 경불련 회장과 경실련 공동대표에,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 일면스님이 환경단체인 ‘녹색미래’의 공동대표에 각각 추대된 것은 교단의 지도급 스님들이 참여불교운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정각(부산시민운동단체협의회 공동대표), 혜총스님(감로사 주지)이 공동대표를 맡아 12월초 부산불교연합회의 '청정과 화합의 사회를 가꾸는 모임'을 설립하기로 하는등 스님들의 대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면스님과 정련스님을 두 단체의 대표로 추천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스님은 "스님들이 시민ㆍ환경운동에 나서야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 커진다"면서 “포교차원에서도 보다 많은 스님들이 시민환경 활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민환경단체의 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은 대자연보전환경협회 이사장 성타스님, ‘푸른전남 21’ 이사장 현고스님, 전남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진옥스님, 계룡산 보전 시민모임’ 공동의장 장곡스님, 천성산 습지보존 공동대책위원장 지율스님 등 20여명에 달한다. 이들 스님들은 본분사인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되, 그 공덕을 사회적 실천을 통해 보다 많은 이웃에게 회향함으로써 깨들음의 사회화, 즉 참여불교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인 ‘참여불교운동’은 사회화, 보편화된 불교적 가치를 통해 인류와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상 및 실천 체계다. 태국의 슐락 시바락사, 스리랑카의 아리야라트네 등 주로 동남아 불교지도자들에 의해 주창되었지만 최근들어 달라이 라마, 틱냑한 스님 등의 활동을 포함, 인류가 직면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불교내의 적극적 흐름을 포괄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스님들도 늦었지만 참여불교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재경(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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