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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3월부터 목욕봉사를 시작한 목욕봉사팀은 지난 6년 동안 한번도 봉사를 거스른 일이 없다.
이경출씨는 "내 몸이 아파 이번주는 쉬어야지 하다가도 우리만 기다리고 있을 환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몸을 추스리고 목욕봉사를 하러 가게 됩니다"라고 밝힌다. 그 정도로 봉사자들은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다.
이들 목욕봉사팀이 하루에 목욕시키는 환자는 10명에서 15명.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이지만 사람이 밀려 12시에 끝낸 적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 다른 봉사팀이 오는 날 목욕하도록 환자들에게 권유하기도 하지만 가족같이 돌봐주는 팀은 불교봉사팀 밖에 없다며 거부당하기 일쑤다.
목욕봉사를 받은 환자들 가운데는 마비된 손으로 서투른 글씨를 써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감사함을 느낄 때이다. 가끔은 자신의 몸이 나으면 목욕봉사를 하겠다는 환자들도 있다. 에피소드 하나, 목욕봉사를 받는 환자 가운데 천주교 신자인 환자는 불경을 읽다가 수녀님께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이런 분들에겐 목욕을 시키면서 불교 교리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들 자원봉사자팀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병원 시설의 낙후이다. 목욕침대가 고장날 때도 있고 호스가 고장난 적도 있다. 병원에 요청해도 쉽게 시정되지 않아 직접 공구를 들고 와 고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가장 곤란할 때는 목욕시키는 도중 찬물이 나올 때.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게 봉사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언제 제일 보람되냐는 질문에 봉사팀의 최고참 조용선씨는 "보람 있다 없다 하는 감정을 가지고 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할 일이기에 합니다"며 겸손해했다. "목욕을 하면 몸이 이완되기 때문에 환자도 모르게 대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환자의 아랫배를 문지르면서 편안하게 대소변을 보도록 유도하죠. 처음 병원을 왔을 때 침대마다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배를 두들기는 환자들을 보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다 몸이 마비된 상태여서 대소변을 쉽게 볼 수가 없었던 탓이더군요. 그런 분들이 목욕하면서라도 편안하게 대소변을 보신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조용선씨는 6년 전 목욕봉사 왔을 때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목욕봉사팀을 이끌고 있는 박경자 팀장은 "지저분한 환자가 깨끗해져서 나오니 그 얼마나 기분이 상쾌하겠어요"라며 "자신의 몸을 돌볼 수 없는 이들이기에 우리들의 봉사일은 그들에게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목욕봉사팀은 박경자 팀장을 필두로, 조용선, 조병석, 이경출, 장선태씨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봉사팀 가운데에는 화요일만은 자신의 일도 재껴놓고 목욕봉사에 나오는 장선태씨 같은 분도 있다. 물론 다른 봉사자들 역시 이곳 뿐 아니라 강북장애인복지관에서 발지압 봉사를 하거나, 염, 염불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조병석씨는 "자원봉사자들이 불심이 좋아서 이렇게 힘든 일을 마다 않고 할 수 있습니다"며 "100가지 음식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한가지라도 맛보는 것이 중요하듯이 부처님 교리인 자비행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우리 봉사자들의 신념이자 수행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한몸 부서질 때까지 죽으면 ››을 몸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자원봉사자들의 소박하지만 큰 서원이 봉사팀을 이끌어 가는 가장 큰 힘으로 보였다.
강지연 기자
jygang@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