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특별수도원인 경북 문경 희양산 봉암사 사찰림에서 멸종위기식물(제99호)인 고란초의 국내 최대 군락지가 발견됐다. 하지만 희양산 정상부와 주능선에 많은 등산객들이 몰리고 있어 희귀 법정보호식물과 일부 한국 특산종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조계종과 녹색연합은 10월 11일 지난 5월부터 10월 5일까지 백두대간 희양산 일대 자연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에 걸쳐 있는 400만여평의 봉암사 경내지에 최소 2만개체 이상의 국내 최대 고란초 군락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계곡의 그늘진 바위틈에 붙어 자라는 상록 다년초인 고란초 서식지는 극히 제한된 지역에 적은 개체가 존재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에서 군락이 대량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봉암사 사찰림에는 고란초 군락 이외에도 한국특산종인 꼬리진달래의 대규모 서식지가 발견됐고 환경부 법정보호종이자 희귀식물인 천마와 솔나리를 포함, 60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국립공원을 능가하는 새로운 생태계 보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국특산종인 도롱뇽등 등 파충류 및 양서류 개체수도 단위면적당 전국 최고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희양산은 희귀한 바위가 연봉을 이루는 자연경관과 함께 천연기념물인 수달, 산양, 하늘다람쥐, 환경부 법정보호종인 살쾡이와 담비, 구렁이, 까치살모사 등이 서식해 시급히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 일대는 400만여평 가량의 숲이 사찰림으로 조계종에서 특별관리해왔고 20년이상 산문폐쇄로 일반인의 인위적 접근이 차단됐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잘 보존돼 왔다. 그러나 최근 괴산군청이 희양산 정상부와 주능선을 중심으로 등산로를 조성, 관광지화한 뒤 최근 일요일에 7~8대의 관광버스가 희양산으로 밀려드는 등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성타스님)는 “희양산은 지금까지 조계종의 보전과 관리로 온갖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자연생태계의 낙원으로 지켜져왔다”며 “괴산군이 희양산 관광지화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이 일대를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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