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계신 줄 알았던 109세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실신해 쓰러졌던 장이윤(70)씨가 깨어나며 긴 한숨처럼 토해낸 첫마디다. 북의 어머니 구인현씨를 만날 설레임으로 20일간을 영겁처럼 여기며 보내던 장이윤씨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새벽마다 금수사에서 만나는 그날까지 오직 어머니의 건강만을 기도하며 그동안 선물로 가져갈 목걸이, 팔찌, 반지를 포장하며 귀에 귀걸이 구멍 뚫린 흔적이 있으면 우리 오마니라며 귀볼을 만져보고 품에 안겨 실컷 울겠다던 장이윤 거사는 만남의 기쁨을 이야기하던 본 기자와의 인터뷰도중 찾아온 적십자사 직원이 북에서 온 나쁜 소식이라는 말을 건네자 직감적으로 알아 차렸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건 나 혼자만의 비극이 아니고 민족의 비극이야"라며 울부짖었다. 부인 박순이(62)보살도 "믿을 수 없어요. 이제 와서 돌아가셨다니. 기대감으로 밤을 설치며 기다려 왔는데…"라며 울먹였다.
장이윤씨는 병원응급실에 실려가 신경안정제를 투여 받았지만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하고 간간이 잠에서 깨어나 이런 비극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해하며 울음을 터트려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세월이 너무 흘렀다는 장씨의 절규는 고령 이산가족의 빠른 상봉을 촉구하는 듯했다. 잠에서 깨어나 울다, 웃다를 반복하던 장이윤씨가 또 한번 간절하게 관세음 보살을 불렀다.
길게 길게 토해낸 관세음 보살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 50년 세월, 또 기막힌 비극을 함축하고 있었다. 어머니 품에 안기려던 막내아들의 꿈은 무상하게 사라졌지만 그러나 장이윤씨는 어머니의 땅 고향에서 또 한번 어머니와 관세음 보살을 눈물로 부르고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