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3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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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사형제 폐지운동 의의
불교인권위원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최근 발족시킨 '불교 사형제 폐지 운동본부'(위원장 진관스님)가 7월4일 '사형제 폐지를 위한 불교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사형제 폐지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계를 중심으로 사형제 폐지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가 늦었지만, 사형제 폐지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대한 사상적인 근거를 정리한 것은 생명존중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로서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999명의 사람을 죽이고 친어머니까지 살해하려 했던 앙굴리 말라를 진심으로 참회시켜 제자로 받아들였다. 부처님의 사촌동생이었으나 3역죄(逆罪)를 짓고 무간지옥에 떨어진 제바달다에게 성불할 수 있는 수기를 내려주신 것도 진심으로 개과천선(改過遷善)한 살인자를 제도하신 인간존중사상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살생중죄 금일참회'의 생명존중사상을 교리적 배경으로 지닌 불교가 '법의 이름으로 사형을 집행하더라도 그것은 또 다른 살인행위'라고 사형을 반대하는 것은 불법(佛法) 실현의 관점에서 응당 주장해야 할 일이다.

사형폐지론의 이론적 기초는 '인권'이란 점에 불교사상과 유사하다. 인간의 생명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생명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본권의 실질적 의미는 없다. 아무리 국가권력이라도 생명을 박탈할 수 없다는 인권사상이 그 기초다.

물론 지난해 말 여야 의원 70명이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일었듯이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오랫동안 사형제 폐지운동을 펼쳐왔던 종교계와 시민단체측은 인간의 생명을 법으로 빼앗을 수 없으며 법의 오판이 있을 수 있으므로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하고, 반대측에서는 사형제도가 있어야 흉악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사형제 폐지운동이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유엔이 '사형폐지의 해'로 선포했던 89년,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79개국이었고 유지 국가는 101개국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 6월 러시아가 사형제도를 폐지하면서 사형폐지국이 106개국, 유지국이 89개국으로 그 수가 역전됐다.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의 일부 주를 제외하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군사독재국가나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인류사회에서 사형제도가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상당기간 후 사형제도 폐지 입법화 검토"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사형을 자제하는 식으로 사형제도를 운영하다 상당기간을 거친 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사형폐지 입법화를 검토한다는 것으로, 특별히 제도화는 안했지만 사실상 사형집행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에 묵시적으로 동의(천주교인인 만큼)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강력히 희망하는 김 대통령은 여론의 동향을 보면서 임기만료 전에 사형제 폐지의 법제화를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불교 등 종교계의 사형폐지 운동은 정부의 사형제 폐지 법제화에 힘을 실어주는 일로서 종교적 명분과 사회운동의 성과도 담보할 수 있는 사안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늦었지만 종단 차원의 지원방안이 검토돼 불교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임을 사회적으로 각인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경 기자
200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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