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이 부서져도 번뇌를 끊으리라. 창살속에서 만난 불법인연, 이생의 업이 다해 흙으로 가더라도 소중히 간직하리."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불자 재소자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찬불가와 춤, 연기 실력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가 펼쳐져 화제. 재소자들이 교도소 밖에서 공개 공연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탐욕의 허무함과 참회, 새 발심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해 불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대전교도소(소장 강봉학)에서 복역중인 불자 재소자 14명은 11월 15일 대전 엑스포아트홀에서 자신들의 가족과 교도소 직원 및 가족, 교화위원, 불자 등 1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석 달여 동안 연습해 온 각색 창극 '흥부전'을 무대에 올려 참회와 발심의 의지를 보였다.
재소자들이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열고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돌아갈 수있도록 하기 위해 대전교도소가 주최하고 대전교도소교정협의회(회장 혜명스님)이 주관한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무형문화재 공옥진 명창이 흥부의 아내로 출연, 창극을 직접 연출하면서 쪼들리고 고통스런 생활에서의 한과 재소자들의 새 서원을 창과 춤으로 표현해 불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흥부전의 막이 오르기에 앞서 진각종 심인합창단과 재소자들은 함께 '업', '흙으로 가더라도' 등 지금까지 지은 죄업을 가슴 깊이 참회하는 내용의 찬불가를 합창했다.
이어 세상의 열림과 인간의 탄생을 의미하는 법고 연주와 함께 펼쳐친 본무대에서는 법고 소리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재소자들이 등장해 인간 세상의 일탈과 방종 및 범죄, 또 그에 따른 책임과 처벌 등을 몸짓으로 담아 냈다.
재소자들은 또 흥부의 가족들이 박을 타는 장면부터는 원전을 각색, 박에서 쏟아지는 재물들을 흥부의 자식들이 서로 많이 가지려 아귀다툼을 벌이는 순간 재물이 사라지고 흥부의 처도 함께 없어지게 함으로써 재물의 덧없음과 재물욕으로 인해 우리는 진실로 소중한 것들을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가 깨닫도록 했다.
공연의 막바지에는 다시 법고 연주가 시작되고 출연진과 관객 모두가 감동에 젖어 반야심경을 암송하며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 시간도 연출됐다.
대전교도소는 이번 공연 내용을 비디오로 제작, 전국 50여개 교도소와 소년원의 정신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혜명스님은 "죄가를 치루고 참회한 재소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때 불자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전=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