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불상파괴 행위가 국제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문명을 파괴하려는 야만적 시도에 대해 불교권 국가는 물론 이슬람권을 포함한 국제사회 모두가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 불상 파괴〓탈레반 군사 정부는 3월 3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모든 불상 중 3분의 2를 이미 파괴했으며 5일까지 불상 파괴작업을 완료하겠다" 고 선언했다.
쿠드라툴라 자말 탈레반 정보.문화장관은 "바미얀 석불(카불 북서쪽 1백30㎞ 지점에 위치한 높이 53m의 세계 최대석불)의 머리와 다리 부분을 폭파한데 이어 나머지 몸통 부분에 대한 파괴 작업을 진행 중" 이라고 말했다.
◇ 지구촌 경악〓불교권인 태국.대만.네팔.스리랑카 등은 경악을 금치못하고 있으며 한국.중국.일본정부 등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서방선진8개국(G8)도 특사를 보내 파괴작업 중지를 촉구키로 했다. 이란.이집트 등 같은 이슬람 국가는 물론 탈레반 정권을 국가로 승인한 파키스탄도 불상파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 불교종단협의회도 파괴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의 국립 고궁(故宮)박물원은 바미얀 불상 구입을 제안했고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도 불상 매입의사를 밝혀 탈레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 탈레반의 의도〓1994년 10월 파키스탄에서 과격 이슬람 학생운동가들이 결성한 탈레반은 96년 9월 사실상 정권을 장악한 뒤 97년에도 이미 불상파괴운동을 벌일 정도로 이슬람원리주의 강경노선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파키스탄 등 3개국만이 이들을 국가로 승인했으며 유엔은 99년부터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탈레반이 불상파괴 위협을 통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이를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계산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92년 인도의 과격 힌두교도들이 인도 북부에서 이슬람 사원을 파괴한 데 따른 이교도에 대한 공세적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2001.3.4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