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번개 한번 칠까 합니다." 지난 18일 유니텔통신 불교동호회 '부처님 나라' 게시판에 서울.경인지역 회원 김혜원(29.여.회사원)씨가 헌혈을 하자는 '번개(즉석 모임)' 를 제안했다.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밝힌 김보영(28.여.회사원)씨 등 10여명이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역 앞 헌혈의 집에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회원들은 '뱀파이어 번개' 라는 애칭까지 붙여주며 이 헌혈 행사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고 저혈압이라 헌혈할 수 없는 한 회원은 자신의 집에서 헌혈을 마친 회원들에게 삼겹살 파티를 열겠다고 밝혔다.
모임을 주선한 김혜원씨는 "우리나라에 성분 헌혈이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헌혈을 하고 싶었는데 혼자 가기가 겁나 회원들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성분 헌혈이란 성분채혈기를 이용, 혈장이나 혈소판만을 분리, 이중 필요한 성분만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 주는 헌혈 방법이다.
대한적십자사 중앙혈액원 고일례(27)간호사는 "수혈에 쓰이는 전혈은 전량 우리나라에서 충당되고 있으나 혈장과 혈소판을 따로 분리하는 성분 헌혈은 필요한 양의 50%를 수입하고 있는 현실" 이라고 말했다.
혈장은 단백질 제제인 알부민, 예방주사 제제인 면역글로불린 외에 혈소판 기능을 도와주는 혈액 응고인자인 제8인자를 만드는 주요 원료다.
회원 오시환(47.회사원)씨는 "지금까지는 전혈만 했었는데 성분 헌혈이 이렇게 필요한 것인 줄 몰랐다" 며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보람" 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국 김영희씨는 "IMF 때 일시적으로 늘었던 헌혈자 수가 다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며 "올 8월 말 기준으로 지난 해보다 0.9%, 지난 해는 전년 대비 1.7% 헌혈자 수가 줄었다" 고 밝혔다.
2000.09.23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