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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한국 사회에서 김용옥이라는 이름이 화두가 된 지는 꽤 오래다.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80년대에 출판한 「여자란 무엇인가」가 대학가를 한동안 떠들썩하게 하더니 요즘은 텔레비전이라는 위력적인 매체의 힘을 빌려 '김용옥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EBS를 통한 '노자' 강의 바람을 등에 업고 최근에는 KBS로 무대를 옮겨 '논어'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포 자락에 박박 깎은 머리, 온몸을 비틀어 대면서 신문지를 찢는 듯 질러대는 목소리, 가끔 튀기는 침, 강의 내내 양쪽 입가에 고여 있는 거품 등등. 개그맨 기질까지 가미된 이런 독특한 언동이 '김용옥 신드롬'에 한 몫을 한다.

이런 그를 두고 재미있다고도 하고, 고사 위기에 처한 동양철학의 구세주라고도 하며, 다른 쪽에서는 '동양철학 날품팔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일반인들은 대체로 재미있게 김용옥 강의를 보고 듣는 반면 활자매체를 통한 김용옥에 대한 평가는 비판일색이라는 점이다. 실제 김용옥에 대한 옹호를 글로 만나기란 아직까지는 대단히 힘들다.

신문지상의 힘을 빌려 '김용옥 때리기'에 나선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서지문. 그는 잇단 신문기고에서 김용옥을 '소인배'라고 공격하며 어떻게 소인이 군자를 강의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른바 정통 동양철학계에서도 '김용옥 때리기'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싫든 좋은 '신드롬'이라고 일컬을 만한 '김용옥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여기서 우리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동양철학 전공 교수인 한형조의 최근 저서 「왜 동양철학인가」(문학동네)를 주목하게 된다.

그는 이 책에서 '철학의 시금석은 체계성과 일관성이 아닌, 오히려 적실성과 유효성에 있다'고 선언한다. 요컨대 철학은 써먹을 만해야 한다는 뜻이다. 쓰이기 위해서 동양철학은 어떠해야 하는가.

한형조는 길거리로 나가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강단의 철학보다 길거리의 사주관상이 더 철학적이다'라는 파격 선언마저 서슴지 않는다.

이런 한형조가 김용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가 현재 외국에 나가 있어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김용옥이 강단을 뛰쳐나와 텔레비전이라는 길거리에 나섰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50 평생을 동양철학과 함께 살아오다시피 하면서 동양학 전문출판사인 자유문고를 설립, 운영중인 이준영. 그는 김용옥을 두 측면에서 바라본다.

첫째, 김용옥만큼 시들어가는 동양학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인물이 누가 있느냐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둘째, 그렇지만 그 강의 내용을 볼 때 학문의 정도를 어지럽히는 '사문난적'(斯文亂賊)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영이 생각하는 김용옥 강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학문이란 일관성이 있어야 함에도 김용옥에게는 그것이 없다. 즉 노자 얘기할 때는 노자가, 공자 얘기할 때는 공자가, 불교 얘기할 때는 불교가 최고다.

이는 결국은 김용옥이 공자, 노자, 불교 어느 것도 모른다는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이준영의 견해다. 그러면서 그는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해 김용옥을 평가한다.

즉 공자가 '향원(鄕愿)은 덕의 적(賊)이다'(鄕愿德之賊也)'라고 했는데 여기서 향원이란 모든 것을 좋게만 보면서 나쁜 말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이니, 모든 것을 좋게만 보고자 하는 김용옥이 바로 향원이며 학문의 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준영은 김용옥에 대한 비판에도 아주 비판적이다. 예컨대 김용옥은 소인배이니 공자와 군자를 강의할 수 없다는 서지문에 대해 '그러면 서지문은 성인군자이기 때문에 고려대 교수를 하고 있느냐'고 반박한다.

현재의 동양철학이 사주관상보다 못하다는 한형조의 진단이나 '향원'을 인용한 이준영 모두 '김용옥 신드롬'을 어떻게 보아야 할 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001.2.15 연합뉴스
200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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