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9일 오전 소쩍새마을에 서울 은평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연신내 청구성심병원에서 사망한 한 독거어르신의 연고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사망자의 주머니에서 소쩍새마을 후원금 영수증이 나왔다고 했다.
사망자는 김태중씨(67·서울 은평구 갈현동)로 밝혀졌다. 김씨는 96년 3월부터 98년 11월까지 매달 1∼3만원의 후원금을 꼬박꼬박 소쩍새마을에 보냈으며, 이후에는 한 달에 한 번 소쩍새마을을 직접 방문해 후원금을 내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에 대한 이력도 드러났다. 20년전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살면서 막노동판을 전전해 왔고, 통장에는 900여만원의 예금이 있었다. 또 소쩍새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몇 해 전부터 "소쩍새마을에서 살 수 없느냐"는 요청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하루 뒤인 10일 강원도 철원에서 달려온 30대 초반의 딸은 아버지의 입관을 지켜보며 "그렇게 어렵게 사시면서도 소쩍새마을을 후원하고 계셨다니…"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소쩍새마을의 묘전·동준 두 스님은 입관이 진행되는 동안 염불을 하면서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삶은 물론 죽음의 순간까지도 불행했던 어떤 사람이 자신과는 또다른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베푼 자비에 대한 답례였다.
한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