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과 고통, 사랑을 나눌 때, 희망과 생명이 살아납니다. 북녘어린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눕시다"
6월 16일 오후 3시 서울의 대표적 상가 밀집지역인 명동거리.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활동을 벌이는 정토청년회(회장 박남규) 청년 불자들이 모금 통을 들고 분주히 움직인다.
가로수에 걸려 있는 걸게 그림 밑에서 문화운동가인 한나눔씨가 단소를 불고, 청년회원인 정상오씨가 마이크를 들고 민족의 아픔을 얘기하며 북한돕기를 호소한다.
박남규 회장을 비롯하여 박혜연, 박용운 회원과 지원나온 청소년 불자학생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북한 어린이 돕기 팸플릿을 나눠주며 북한의 현황을 이해시키기 바쁘다.
"힘들지요. 행인들과 같이 걸으면서 1분의 시간 안에 이해를 시켜야 해요. 찰거머리처럼 하지 않으면 요즘같이 북한 돕기 운동이 시들한 분위기에서는 모금을 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모금통을 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정상오 회원(시종건축 직원)은 "처음에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나오다보니 3년이 됐다"며 "북녘동포는 통일이 되면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의 핏줄이다. 통일된 땅에서 우리민족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정토청년회가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활동에 나선 것은 98년 6월 첫 주 토요일이었다. 당시에는 식량부족으로 북한에 대량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급한 마음에 모금통을 만들어 명동에 나온 청년 불자들은 6개월간 모금활동을 벌였다. 이렇게 시작한 모금활동이 6개월마다 연장되면서 16일로 3년을 맞은 것이다.
전체회원이 10여명에 불과한 정토청년회는 매주 3시부터 6시까지 명동거리에서 3~5명이 번갈아가며 한주도 쉬지 않고 모금운동을 진행했다.
정토청년회원들이 3년간 모금한 금액만도 현재까지 총 6천3백60만원에 이른다. 이 기금은 교계 국제구호단체인 한국JTS를 통해 북한의 라진-선봉지역 탁아소 어린이들의 영양식을 제공하는데 쓰여졌다. 또 일부는 (사)좋은 벗들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온 식량난민을 돕는데 사용되고 있다.
청년회원들은 또 모금이 끝나면 서초동 정토법당으로 가서 저녁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일을 기원하며 철야정진을 펼쳐왔다.정토청년회가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팸플릿 내용도 15회나 새로 고쳐졌다. 이제까지 시민들에게 배포된 북한 실상을 알리는 팸플릿만도 40만장에 이른다.
정토청년회 회장인 박남규씨는 "3년간 모금활동을 하며 저절로 북한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을 돕는 것 자체가 민족의 통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며 "사회적 실천을 통한 진보를 이뤄나갈 때 불교발전은 저절로 된다"고 밝혔다.
정토청년회는 앞으로 모금지역을 확대하여 인사동과 강남터미널, 조계사 앞등 7~8개 지역에서 통일모금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부 청소년 자원봉사자도 모집할 계획이다.
김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