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서울시청 불심회를 창립하고, 22개 구청 불심회 창립의 산파역할을 했던, 직장불자회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조정봉씨(53). 서울시청 불심회 상임지도법사이기도 한 그가 요즘 주위사람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조씨가 하는 일은 서울시 노숙자 대책을 전담하는 일. 지난 3년간 서울시청 노숙자 대책반에 근무하며 노숙자들과 함께 지내온 조씨는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노숙자가 늘고 있어 더욱 바빠졌다.
97년 IMF위기로 처음 생긴 이색 부서인 노숙자 대책반. 98년 초 노른자위 부서인 감사실에서 근무하던 그가 노숙자 대책반이 꾸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이곳을 자청했다. 그는 이곳에서 서울시에 있는 106개 희망의 집을 관리, 지원하며 새벽에는 서울역, 영등포역 지하도 등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희망의 집에 입소할 것을 권유하고 노숙자 현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그는 아예 출퇴근도 포기해버렸다.
그가 이곳에 자청한 이유는 불교적 삶을 실천하고 싶어서다. 그가 불교를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 80년 가정의 우환과 공직사회의 사정태풍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냈던 시절이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서점주인이 권해준 <불교대전>을 읽고 난 후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팔정도 사상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환희심을 느껴 지금도 인생의 철학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팔정도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살고 싶어 남들이 꺼려하는 노숙자 대책반에 자원한 것이다.
"어느날 새벽 출근길 서울시청 지하도에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자는 노숙자들을 보았을 때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시절 저 자신도 불법을 접하고 새로운 인생을 얻었기에 앞으로는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베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이면 노숙자 대책반은 유난히도 바쁘다. 매일저녁 그러나 조씨는 이런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 불심회원들과 매월 한차례의 사찰순례와 수련대회, 수계법회를 봉행하며 열심히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조계종 포교사단 직장포교팀인 심원회 회장을 맡으며 직장직능불자회의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청 불심회 행사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조씨는 "바쁘게 살다보니 번뇌가 없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공직자로서의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직장법회의 창립, 후원 등 직장포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불교계에서도 노숙자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김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