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당시 불자였던 사병들이 군생활을 하면서 불교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종교였던 신병들은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거의 개신교에 편입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군 포교에 대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5월 26-27일 이틀간 서울 봉은사에서 조계종 포교원 주최로 열린 ‘군 포교 지원 및 후언단체 지도자 워크숍’에서 3사관학교 강대남 법사는 최근 3년간 신병교육대 및 모 부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군 포교에 심각한 문제가 누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입대 당시 무종교인을 제외했을 때 33%였던 군불자 수가 군 생활을 거치는 동안 28.5%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입대 당시 38%나 됐던 무종교인들 중 불교에 편입되는 수는 단 1%에 그칠 뿐 천주교 2%를 제외한 25%가 개신교에 편입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병장이 되어서는 불교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탈자가 없는 개신교와 대조를 이뤘다.
또 다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대 지휘관의 종교는 사병들의 종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으나, 군 법당의 유무에 따라 최대 30%가량의 불자수가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의 군 포교가 개신교와 비교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온 사실이지만 입대 당시 불자였던 사병들 중 상당수가 불교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군 포교에 관심을 보여 왔다고 생각해 온 불교계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종교 사병들이 거의 예외 없이 개신교로 편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불교의 군 포교 자체가 아예 처음부터 새로 시작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3사관학교 강대남 법사가 밝힌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 부대의 8천여 명을 대상으로 사병의 계급별 종교 인구를 조사한 결과 개신교의 경우는 542(이병)-1080(일병)-1443(상병)-1441(병장)명이었으며, 불교는 231-505-618-483명 순이었고, 천주교는 108-257-284-22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현황은 세 종교 모두 계급이 올라갈수록 무종교인들이 종교를 가지면서 종교인구가 늘어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증가폭에서는 불교와 천주교가 2배에 그친 반면 개신교는 3배 가까이 늘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병장의 경우 불자 사병이 상병 때보다 130여명 줄어든 반면, 개신교의 경우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불자 사병의 종교적 신념이나 신행생활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다른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나 있다. 강 법사가 제시한 바에 따르면 신병교육대 장병 6,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병력대비) 불교인은 20%, 개신교는 33%, 천주교는 9%였고, 무종교인은 38%였다. 무종교인을 제외한 비율(신자대비)로 보면 개신교 53%, 불교 33%, 천주교 14%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국방부와 기독교 군 선교연합회가 내놓은 군 종교인구 현황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곳이 밝힌 종교인구 현황을 보면 불교인구는 병력대비 21%, 신자대비 28.5%이며, 천주교의 경우는 병력대비 11%, 신자대비 15%이다.
이 두 통계를 비교 분석하면 신자대비 비율로 볼 때 신병 때의 33%였던 불자인구가 28.5%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병력대비 비율로 볼 때 신병 때와 그 이후의 불교와 천주교 인구가 각각 1%, 2% 증가한데 그친 것은 불교가 무종교인을 1% 밖에 흡수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며, 무종교인 38% 중 불교와 천주교에 흡수된 3%를 제외한 나머지 35%는 개신교에 흡수됐음을 보여준다. 즉 무종교인에 대한 포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서는 법사 개인의 열의와 능력, 구조적 지원 문제, 법당의 유무, 특정 종교의 열성적 포교 등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어느 한 쪽의 이유보다는 이런 이유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했으리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강 법사가 4개 대대를 표본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휘관의 종교는 병사들의 종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법당이 없는 부대의 불자인구는 법당이 있는 부대의 불자인구와 비교해 최대 30% 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군법사의 활동과 지원여부에 따라 불자인구수를 크게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강대남 법사는 “신병의 불자인구는 33%인데, 오차 범위를 감안하더라도 어떤 부대에서든 불자인구가 33%에 미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조사 통계는 일선 군부대의 포교실태를 파악하는데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한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