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의 유혹으로 범죄자가 된 이들을 마지막 한사람이라도 놓치지 않고 제도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활동하는 불자회가 있다. 지장보살의 원력을 오늘의 어지럽고 어려운 세상에 되살리고 있는 부산불교수계회(회장 이창우 부산구치소 교도관·54)가 바로 그 주인공.
죄를 짓거나 혐의가 있는 사람이 재판과정에 머물게 되는 곳인 부산구치소. 그곳에 근무하는 교도관들의 모임인 부산불교수계회는 84년 4월 정관스님으로부터 수계를 받은 36명이 모여 불심을 고취하고 재소자들의 심성을 순화시키고자 모임을 시작했다. 수계를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라 이름도 '수계회'라 했다. 3교대 근무로 회원 모두가 모인 행사는 단 한번도 없었지만 16년을 한결같이 이어오며 정기법회, 사찰순례, 수련회, 불우이웃 돕기 등 안팎으로 내실을 다져왔다. 지금은 87명의 회원에 가족회원까지 200명에 달하는 부산불교수계회는 나날이 흉포해지는 세상에서 더욱 중요한 교도관들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가장 양심적이고 인간적이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는 교도관직. 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자부하는 교도관이지만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범죄 피의자들이고 보니 부딪히게 되는 한계가 많다. 스스로 바른 양심을 지켜내고 열린 마음으로 재소자들을 대하는 것은 교도관 본인과 재소자 모두를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요소. 부산불교수계회는 창립 이후 단 한사람도 일체의 부정에 연루된 적이 없을 정도로 바르고 양심적인 교도관상 정립에 앞장서고 있다.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여해스님을 지도법사로 갖는 정기법회와 40차를 맞이한 사찰순례법회 등은 불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교도관직에 임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이다. 11월 26일에는 칠불사와 쌍계사를 찾아 다시 한번 지장보살의 원력을 곧추세우고 자신을 내려놓아 재소자들과 하나되고자 발원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부산불교수계회는 강화도 전등사, 보문사, 설악산 봉정암, 해남 대흥사를 비롯한 120여 곳의 사찰을 찾아 신심을 다져왔다.
스스로 바로 서지 않으면 누구도 제도할 수 없다. 부산불교수계회 회원들의 수행력과 정진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소자들과의 인연을 스스로의 책임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업장소멸을 위한 참회기도로 밤을 새우곤 한다. 재소자들에게 조그만 문제가 발생해도 그들은 '아차, 내 수행이 부족했구나' 하며 또 한번 기도와 정진으로 마음의 힘을 모은다. 지금은 회원 스스로 정진을 이어갈 법당 마련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그렇게 부처님께 귀의하는 마음을 키우고 보니 저절로 보살행을 베풀 수 있는 인연이 다가왔다. 소녀가장 1명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이제는 학교를 마치고 직장인이 되었는가 하면, 수계회의 후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오던 독거노인이 고향에 내려가 정착하기도 했다. 또한 회원은 아니라도 형편이 어려운 교도관의 사정을 알게 되면 도움을 주고 영아원, 수용시설 등에 인연닿는대로 물품을 후원하는 것은 다반사. 특히 부산불교수계회가 마음 기울여 하고 있는 것은 벌금형을 받은 노역수들이 돈이 없을 때 그들의 벌금을 대신 내어 주고 석방시켜 주는 인간방생. 가정파탄에까지 이를 지경에 있었던 그들은 부산불교수계회의 도움으로 재활해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부처님에 대한 사랑은 내가 준 것에 대한 기대가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요, 귀의"라고 강조하는 이창우 회장은 "부산불교수계회의 모든 활동이나 보시는 주었다는 생각도, 했다는 생각도 없는 함께 하는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종교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부산구치소 내에서 불자수첩, 단주 등의 보급과 따뜻하고 열린 마음의 교도관으로 간접적인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부산불교수계회. 그들의 활동은 겉으로 드러난 행사로는 가늠할 수 없다. 그들은 오히려 드러내지 않으며 멈추지 않는 참회와 기도로 재소자들을 돕고 보호하는 지장보살의 미소와 손길이 되고 있으며 더욱 바르고 밝은 교도행정을 위해 묵묵히 정진할 뿐이기 때문이다.
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