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닫기 힘든 폐사지에서 목탁을 치며 육법공양을 올리고 석가모니 정근과 108배를 하는 불자들의 모임이 화제다.
불교유적답사라고 하면 으레 이름난 사찰을 방문해 국보,보물급 불교문화재를 관람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들 모임은 유명 사찰이나 성보만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예전의 답사 형태를, 예불 올리며 신심을 다지는 신행 현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답사 여정에서 허술하게 관리되는 성보를 발견하면 그 주변을 정리하고 관할 당국에 시정을 요구하는 등 ‘성보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와 같이 답사를 자신의 신심을 다잡는 신행의 현장으로 삼는 주요 답사 모임에는 ‘한국석불선양회’, ‘불교유적답사회’, ‘아제아제 불교문화답사회’, ‘터사랑’, ‘여행과 불교를 사랑하는 사람들’등이 있다.
지난해 3월 창립된 한국석불선양회는 전국의 초야에 묻힌 석불만을 좇는 답사단이다. 산기슭 같이 인적 없는 곳에 서 있는 석불만을 찾는 것은, 유명 사찰의 대웅전에 봉안된 부처님과 같은 존상(尊像)이지만 그에 걸맞는 예경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석불선양회가 답사지에 도착해 가장 먼저 석불의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육법공양 등의 예불을 올리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또한 한국석불선양회는 5월 13일 충북 괴산 마애이불병좌상을 찾은 13차 답사에서 무속인의 훼불을 목격하고, 이를 저지하는 한편 괴산군청에 시정 요구를 하는 등 석불 보존에도 적잖게 공헌하고 있다.
진주불교교양대학을 졸업한 불자들로 결성된 불교유적답사회도 신행을 결합시킨 답사 모임이다. 불교유적답사회는 답사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폐사지 전문 답사회인 만큼 해당 사지에 대한 자료를 만들지 않고서는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불교유적답사회는 폐사지 보존 상태를 파악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경남 합천군 가회면 영암사지를 답사할 때에는 20여 년 전 홍수로 소실됐던 탑의 일부를 찾아내 지자체에 복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20, 30대 청년 불자들의 모임인 아제아제 불교문화답사회 역시 일주문에서 합장한 채 경내로 들어가는 것으로 답사를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대웅전을 3바퀴 정근하며 돌고, 미리 준비한 공양물을 불단에 올리는 것으로 본격적인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108배, 석가모니불 정진, 발원문 낭독 등의 순으로 답사의 일정을 마칠 만큼, 답사를 신심을 다지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외에도 아제아제 불교문화답사회는 답사에 처음 동참한 사람들에게 사찰 예절을 가르치는 시간도 갖는다.
터사랑과 ‘여행과 불교를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사찰의 새벽, 사시예불에 참석하는 것으로 답사의 일정을 시작한다. 터사랑의 경우 답사 일정을 ‘무박2일’로 잡고 있는데, 이는 새벽 3~4시에 도착해 새벽예불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여행과 불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여불사)도 사시불공에 참여함으로써 부처님 가르침의 참 의미를 깨닫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석불선양회 이귀인 회장은 “예불, 정근, 발원 등은 지금껏 피상적으로만 대했던 불교유산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고, 그 과정에서 신행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