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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포근히 감싼 '자비의 이불'
"시민들 위해 목숨까지 내 놓고 일하는 소방관들, 소년소녀 가장, 외로운 어르신들이 사랑의 이불을 덮고 잠시라도 포근하게 잠들었으면 합니다."

12월 6일 경상남도 소방서에 210채의 이불과 베개를 보시한 것을 비롯 경상남도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어르신 등에 이불 총 700여채를 보시한 정억순(63·미륵원 원장)보살의 바람이다.

정보살의 이불 보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2월 13일에는 경상북도의 소방서와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에까지 전달된다. 이번에 보시하는 이불만도 총 1200여채. 지난 1년간 하루 6명의 인원을 동원, 일일이 검사를 하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직접 시침을 다시 해서 만든 이불들이다.

"판매하는 물건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였으면 벌써 부자됐을 것"이라며 웃는 정보살. 베개도 인조속을 하지 않고 쌀겨를 직접 구해 말려 만들었고 하루라도 빨리 이불을 덮게 하고 싶어 몇날을 꼬박 새우곤 했다. 눈이 시리고 따가워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성과 사랑으로 한땀 한땀 지은 이불과 베개들이 고운 빛을 더하며 정보살의 손길을 떠나 춥고 외로운 이들에게 전해진 것.

정보살은 먹고 입는 것을 아껴가며 모아온 몇 억원을 고스란히 이불 보시에 사용했다. 정 보살은 "너무 힘들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추운 사람들 생각하면 그만 둘 수가 없다"며 "부처님의 원력이 아니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 이불보시를 40년째 이어오며 그동안 총 1만여채를 보시한 것은 오로지 부처님의 가피이며 원력이라고 겸양을 보인다.

"남을 위하는 일은 자신을 위하는 일보다 더욱 철저하고 틀림이 없어야 한다"는 정보살은 모든 것에서 철저하고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이불 보시를 앞두고 직접 소방서를 답사했다. 마루에 전기장판을 깔고 춥게 자는 소방관들을 보고 너무나 놀라고 안타까웠다고.

"소방관들 너무 고생해요. 자다가도 출동을 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얇은 이불 덮고 웅크리고 자면 피로가 안 풀려요. 잠깐을 자도 따뜻하게 자야 더욱 열심히 일하게 돼죠."

잠못 자는 소방관들 걱정하는 정보살이지만 정작 자신은 하루 한시간의 잠도 제대로 못잘때가 많다. 이불감을 뜨고 이불을 만들고 포장하고 전달하는 일까지 모든 일을 직접 챙기기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정보살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 좌선으로 녹여 버린다. 참선이 아니면 견뎌내지 못할 정도의 고달픔을 내면의 힘으로 충전을 하며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불을 받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너무 따뜻하다"고 감사 전화를 해 올 때면 그간의 고생이 말끔히 씻겨 버린다.

'세상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소중해서' 결코 이불 보시를 멈출 수는 없다는 정보살. 앞으로 가난한 선방이나 행자교육원 등에도 이불을 보시하겠다는 정 보살은 내년에는 봉사활동 틈틈히 선방 결제를 목표로 내면적인 마음공부에도 원력을 쏟을 계획이다.

부산=천미희 기자
200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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