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일을 하듯 생활하는 틈틈히 봉사활동을 펼치는 6명의 주부불자들이 있다. 이들의 자원봉사는 타인에게 베풀어주는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자기 부모에게 하듯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12월 5일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효행의 집'. 6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원봉사자 전유덕·김승자(대구시 북현동)보살들과 큰방에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후 싱싱한 과일과 반찬거리를 잔뜩 싸온 박춘희 보살(수성구 화성아파트)이 들어온다. 이어 신은주 보살(경산시 와촌면)이 할아버지에게 줄 감기약을 구입해왔다.
효행의 집에 기거하며 큰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전유덕 보살이 층마다 인원수에 맞춰 3일치 반찬거리를 고루 분배하여 나눠주고 자원봉사 보살들이 할머니들과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할아버지들은 또 빗자루를 들고 각 방을 청소하는 등 분위기가 여느 가정집 못지 않다.
지난해 10월 불교신행연구원 김현준 원장이 사재를 내놓아 설립된 대구 효행의 집은 일반 노인시설과 다른 선진국형 그룹 홈 형태다. 3층 빌라로 이뤄진 효행의 집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13명은 각 층마다 살림을 독자적으로 분담하며 가족처럼 생활한다.
할아버지들은 주로 집안청소와 잡일을 하고, 할머니들은 식사를 담당한다. 하지만 효행의 집운영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발이 되어주는 현영주 정소영보살등 6명의 보살들이다.
효행의 집에서 자원봉사하는 6명의 보살들은 대구와 경산 등에 거주하는 보살들로 효행의 집 취지가 좋아 지난해 10월부터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 그런 만큼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효행의 집에 들려 말벗과 집수리 등 대·소사의 일들을 처리한다.
특히 효행의 집 봉사대장인 전유덕 보살은 "자원봉사자 보살들이 언제나 효행의 집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온다"며 "효행의 집은 누가 누구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실현하는 장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대림동 일대 경로당을 돌며 2년간 노인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치매노인 간병봉사를 해온 전보살은 김현준 원장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10월 대구로 내려와 효행의 집에 기거하며 봉사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인 신은주 보살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만난 것으로도 큰 불교공부가 됐다"며 "오히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서 많은 삶의 진리를 배운다"고 귀뜸한다.
또 김승자 보살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효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내 부모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어른들에게 효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효행의 집에 살고 있는 윤제수 할아버지(78세)는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살도록 해주는 것이 너무 좋다"며 "아들 며느리 눈치보며 힘들게 산 것에 비하면 이곳 효행의 집이 꼭 내 집 같이 편하다"고 말했다.
김분희 할머니(79세)도 "처음 아들집을 나와 길거리를 헤메일 때는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우연히 이곳을 알게돼 찾아왔는데, 세상에 이런 곳이 있는가 싶다. 부처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6명의 자원봉사 보살들은 효행의 집 노인분들이 불교신행도 할 수 있도록 간이법당 마련과 사찰순례등의 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 효행의 집은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의 연락도 기다리고 있다.(053)783-2340.
김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