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달은 왜 생길까
1년은 열두 달인데 비해 윤달은 음력에서 한 달이 더 불어난 달이다. 다시말해 음력에서 윤달이 든 해엔 1년이 열두 달 외에 한 달을 더한 열 석 달이 된다. 윤달이 든 해를 윤년이라고 하는데 윤달은 그 드는 달이 일정치 않다. 그래서 3월에 들면 '윤 3월'이라 하고 6월에 들면 '윤 6월', 8월에 들면 '윤 8월' 이라 부른다. 그러면 윤달은 어떻게 결정될까. 윤달은 24절기와 관련이 있는데 음력 1개월에 절기와 중기가 두 개씩 들어가야 하나 그 중에 한 번 들어갔을 때를 일단 윤달 후보로 잡는다. 그리고 윤달 후보를 다시 검사해 24절기 중에서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등 12개의 중기가 들어가지 않는 달을 택해 윤달로 결정하는데 이같은 경우가 여러달일때는 가장 먼저 오는 달을 윤월로 정한다. 이렇게 윤달이 발생하는 것은 지구가 태양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데는 약 365일이 걸리지만, 음력 열 두달은 3백54일로 11일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양력과 음력의 차이 때문이다.
□ 윤달풍속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윤달은 가외의 달, 덤달, 공달 이라고 해 재액이 없는 달로 되어 있어 이사, 산소이장, 혼례, 건축, 수의(囚衣) 재봉 등을 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동국세시기>를 보면 "윤달 풍속에는 결혼하기 좋고, 수의 만드는데도 좋다. 모든일을 꺼리지 않는다. 광주 봉은사에서는 윤달이면 여인들이 다투어 와서 불공을 드리며 돈을 탑 위에 놓는데, 그 행위가 윤달이 다 가도록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하면 극락세계로 간다고 해 서울과 지방의 여러절에서 대개 이런 풍속이 있다"고 적혀 있다.
□ 예수재와 삼사순례는 왜 하나
불가에서 윤달에 예수재를 봉행한 것에 대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연원은 알 수 없지만 동국세시기 등 문헌에 간간히 소개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로 추정된다. 이후 우리나라의 윤달 세시풍속의 영향으로 삼사순례, 부모님 삼베수의 장만 등과 함께 수행방편을 위한 또다른 신행 형태로 바뀌어 졌다. 특히 자신의 업장을 소멸하고 참회하는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는 생전에 미리 죽어서 자신의 죄업을 심판할 10명의 염라대왕을 위해 재를 모시고 보시와 수행으로 선업을 쌓아 내세를 대비하자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런 예수재 의식을 통해 그동안 소홀했던 자기수행과 이웃을 위한 보시행 등 선업 쌓기를 도반들이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예수재를 봉행하는 스님들은 설명한다. 삼사순례 또한 재액이 없는 윤달에 세 개 이상의 사찰을 참배해 부처님과의 인연을 두텁게 하며 번뇌를 소멸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는 수행이어서 불자들이 많이 하고 있다. 종로 조계사는 지난달 4월 22일부터 6월 9일까지 6회에 걸쳐 생전 예수재를 봉행하고 있다. 이 기간중에는 <불설관정수원왕생시방정토경> <수생경> 등을 독송 및 사경과 참선, 108배 참회 정진 등이 실시된다. 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보시행도 펼쳐진다. 회향날에는 고려시대 예수재 의식을 재현한 범패의식과 바람춤 시연, 취타대 행진 등도 열린다.
김주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