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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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방이야기]○○ 스님께
혹 이글로 인해 ○○ 스님께 폐가 될까 염려스러워 이렇게 이니셜로 스님의 법명을 대신하였습니다. 부디 스님의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와서 보니 우리의 인연이 참으로 깊고 깊은가 봅니다. 행자시절부터 치문 생활까지 함께 하니 말입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그랬지만 대부분 스님 특유의 참는 마음으로 대해 주어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행자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문득 작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그 때가 아마 삭목일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저녁예불이 시작되고 좀 지났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지독한 냄새가 코를 강타하더군요.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냄새가 그렇게 지독하던지…….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무슨 냄새일까.
다름 아닌 방귀 냄새였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방귀 냄새 때문에 고민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누굴까. 설마 행자가 과감하게 예불 중에 이런 테러를 감행하지는 못할 테고……. 아! 뒤에 계신 스님 속이 많이 안 좋은 것인가’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어느 정도 공기가 정화되고 다시 예불에 집중하고 있는데 또 다시 코를 강타하는 방귀 냄새.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까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참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지심귀며~ 멍~ 컥! 컥! 컥! 지심~ 귀~ 푸후- 풋!”
이 반응은 이 스님이 아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옆을 보니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예불문을 따라하고 있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걸 보고 감 잡았다고 하는 건지…….
갑자기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더군요. 행자님 오늘 일내는구나! 그간 행자님이 보여 주었던 방귀 위력! 그것을 훨씬 넘어 초 울트라 메가톤급으로 주위를 초토화시키더군요. 또한 행자 신분으로 이렇게 극악무도한 테러를 행할 수 있는 그 대담성 정말 대단해요. 아무튼 공기정화는 왜 그리 더디던지 이미 팔정례가 끝나고 백팔대참회문이 시작되었지요. 어느 정도 지났을까.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윽한 향기! 그와 동시에 머리에서 떠오르는 한 단어 ‘융. 단. 폭. 격.’
그건 사람이 낼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옆에서 째려 봐도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무슨 일 있나 하는 듯한 표정이 참으로 잔인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뒤에 신경을 집중해 보니 스님들은 조용하더군요. 전부 냄새에 고통스러워하며 ‘푸후~후~후’ 혹은 ‘쿨럭~ 컥! 컥!’ 정말 법당에서 뛰쳐나가고 싶었습니다. 어느덧 참회문도 막바지에 들어서고 끝나기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에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소리를 내었죠. 하지만 스님은 저의 이런 생각에 카운터를 날려버리더군요. 소름이 쫙 끼칠 정도의 지독하고 강렬한 향기! 아주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실 때 제대로 마셔 버렸기 때문입니다.완전히 확인사살이더군요. 주위에 귀기울여 보니 신중단은 조용했습니다. 행자님들까지 조용했습니다. 전부 괴로워하며 ‘푸우~후~’ 이 향기가 날 때마다 ‘지~심~귀~며~ 컥! 컥!’ 이렇게 괴로워하는걸 보고 제 마음은 꺼지는 줄 알았습니다.
○○ 스님!
이날 질식사고 나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예불이 끝난 뒤 한참을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정녕 현실인지, 사람이 낼 수 있는 냄새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법당정리가 끝나고 행자실로 들어가는 순간 대방에서 들리는 아주 귀에 익은 소리. 그것은 바로 백팔대참회문 소리였습니다. 스님의 방귀로 간경 대신 참회문이라. 갑자기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스님 방귀의 위력을 증명하는 듯 했으니 말입니다.
아! 그리고 우리랑 같이 생활했던 모 스님이 이날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에게 일러주더군요. 스님이 대업을 이룩한 그날 저녁예불 안행 중 보조국사 감로탑 계단에 올라갈 때였다고 합니다. 그때 스님이 힘 조절에 실패 했는지 그 살상무기를 발사했다고 하더군요. 계단 오를 때 출구의 위치가 뒷사람 얼굴과 정확히 일직선이었다는 것 알고 계셨는지. 뒤따라오던 그 스님 그걸 맞고 계단에서 구를 뻔 했답니다.
또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모 암자에서 계를 받기 위해 내려와 같이 생활했던 스님이 삼경종 치러 갔다가 뒷짐 지고 방황하는 몰상식한 모습을 원주 스님께 발각당해서 9시부터 11시가지 단체참회를 선물하였지요. 이런 날에도 스님은 어김없이 향기를 선사하더군요. 절하며 턱까지 차오른 숨을 더욱 가쁘게 해 주셨죠. 그날 후 단체참회 할 때는 언제나 혼자 뚝 떨어져 절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원주 스님 발심수행장 수업 시간 때 계획했던 테러를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아울러 부처님의 가피력이 원주 스님을 보호해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일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지나갑니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고요. 여름감기도 무섭다고 하던데 언제나 건강하고 남은 하안거뿐만 아니라 강원 졸업하는 그날까지 같이 잘 꾸려 나가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 P.S.: 제가 이니셜로 썼으니 스님이 누군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래도 스님이 누군지 눈치 채신 분이 있다면 뭐 어쩔 수 없는 거죠. 이것이 다 스님이 지은 업이니까요.
덕현 스님 |
2006-12-07 오전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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