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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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방이야기]치문(緇門)
매엠~ 맴~
들려오는 이 소리. 이 매미 울음소리는 절집을 찾아오는 보살들의 과다노출을 알리는 소리이자 여기 정혜사 큰방 내의 부채들이 흔들림을 알리는 소리이다. 이렇게 여름이 찾아오면서 샤워를 자주하게 되는데 얼마 전 수각장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 여기 어린애 장난자국 같은 게 있어?”
도반 목우 스님이 물었다. 나는 어이없어 하며 대답했다.
“예, 이거 맹장수술 자국이에요.”
“엥? 이게? 맹장수술 치고는 굉장히 큰데?”
여기서 나는 충격을 받고서 이 맹장을 때어 낸 행자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그 때 2002년 2월 13일 새벽 2시 40분. 잘 자다가 몸을 돌려 뉘었을 때 배속이 완전히 뒤집히는 느낌과 함께 엄청난 고통이 따라왔다.
“으~아아!”
나의 비명소리에 깬 도반 행자님들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배가, 배가……. 반장님, 예불 좀 빠져야 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푹 쉬십시오.”
도반 행자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객실로 가 몸을 뉘었다. 누울 때에도 어찌나 아프던지 ‘혹시나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어떻게 잠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지났을까? ‘탁!’ 하는 소리와 밝은 빛이 켜지면서 도반 행자님들이 죽을 가지고 나타났다. 고마운 마음으로 받긴 받았는데 이렇게 저렇게 행자님들의 진찰 결과 맹장으로 결론이 나서 죽은커녕 물도 못 마시게 했다. 아픔과 고픔으로 배를 움켜쥔 채 얼마나 지났을까? 나의 사숙이자 원주소임을 맡고 계시던 석우 스님께서 슬그머니 들어오셨다.
“맹장이라며? 괜찮아?”
“아니요. 곧 열반에 들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있다가 조 기사님 오시면 병원 가서 수술하자.”
“수술이요?”
“그래, 맹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지.”
예전에 힘이 들 때에는 그냥 팍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건강하기만 하던 내가 실제로 수술을 한다니……. 조 기사님의 운전으로 원주 스님과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원주 스님께서 “사중과의 상의 끝에 K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했다”라고 말씀하셨다. K병원의 그 악명을 들어 알고 있던 나는 “스님 저를 차라리 송광사에 내버려 주십시오. K병원만큼은……” 하며 애원했다.
“위에서 그렇게 지시가 내려와서 나도 어쩔 수가 없단다. 다른 병원으로 가면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힘들대.”
“안돼요, 스님. 저를 제발 구원해 주십시오. S병원으로 갈 게 아니면 여기 고속도로에 내버려 주세요.”
“K병원이 그렇게 돌팔이라면 가서 진찰을 받고 진찰이 틀리면 S병원으로 가자. 그럼 됐지?”
그 말을 듣고 나는 조금은 안심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마치고 진단을 받으니 바로 나의 증상을 맹장이라고 했다. 의사의 모습과 행동, 말하는 것을 보니 어찌나 믿음직스러운 K병원의 악명을 순간 잊었었다.
바로 수술을 하고서 깨어보니 간호사실에서 산소를 마시고 있었다. 병실로 옮기고 주위를 둘러보니 옆 침대에서 링거를 맡고 있는 한 처사님이 보였다. 처사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똑. 똑.’ 소리에 깨어보니 밥이 나왔다. 그런데 하나만 들고 들어오더니 옆 침대 처사님한테만 주고 나가는 거였다. 나는 붙잡았다.
“나는 밥 안줘요?”
그 공양 돌리는 보살님이 손가락으로 나의 링거 부분을 가리켰다.
“아니! 금식!”
게다가 밑에 작은 글씨도 적혀있었다.
‘물도 먹으면 안 됨.’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나는 또 쓰러지고 말았다.
다음날 의사선생님이 진찰하러 왔다.
“음, 수술자리가 아프고 그런 건 없죠?”
“네, 그런데 밥은 언제부터 줘요?”
“아마 내일부터 나올 겁니다. 내일 아침부터 드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물은?”
“물은 많이 드시지 마시고 아주 조금씩 목을 축일 정도만 드십시오.”
오후에 수술하고 돌봐주는 의사 선생님이 고마워서 찾아뵈려고 보니, 이런! 정말 신선한 충격을 먹었다. 나를 수술해준 의사는 치질과 전문 의사였던 것이다.
‘이래서 나는 K병원에 오기 싫었던 거야! 전에 무량 행자님도 K병원 이비인후과를 갔는데 진단은 소아과의사가 해서 아무것도 아닌 걸 ‘중이염’ 이라고 하고, 혜전 행자님의 손가락 수술사건도…….’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그래도 살아있지 않느냐, 살아남은 게 다행이지.’
그 뒤로 찾아오는 스님들께 이런 어이없는 대체의사 수술사건을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이 몸에 있는 하나의 상처가 이렇게 추억거리가 되어 나에게 즐거움을 주니 감사한 생각도 든다.
지륜 스님 |
2006-11-08 오전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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