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9.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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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방이야기]이거 부처님만 아세요
지금 해청당 큰방에는 간간이 들리는 한숨소리, 펜 굴러가는 소리에다 지그시 눈을 감고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스님들의 진지한 모습으로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해청당’에 실을 원고를 모으기 위해 상금[장학금]을 걸고 백일장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 상금이 스님들이 다달이 받는 월보시보다도 많으니 나도 숨이 막힐 수밖에…….
스님네들이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원고는 쓰레기통에 던져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 하고 싶던 얘기를 다해 보련다.
༄

나는 대구 파계사로 출가해서 행자생활을 시작했는데, 절에 와서 일주일쯤 지나니까 스님께서 머리를 깎아 주시면서 “도랑 청소나 하면서 잘 지내보시게” 하셨다. 나는 얼른 빗자루를 들고 도랑을 찾아 나섰지만, 절 구석구석을 돌아봐도 도랑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절 마당 축대 밑에 도랑 비슷한 곳에 낙엽과 흙모래가 쌓여 있어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그것들을 퍼다 버렸다. 한참 뒤에야 스님들은 절을 도량道場이라고 하는 걸 알았다. 도량과 도랑도 구별 못하는 정말이지 똥오줌 못 가리는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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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사에서는 누각에서 법당을 향해 사시마지를 올리고 재를 지낸다. 그날은 재가 있어서 지장보살 정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누가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이 아닌가!
그 스님이 손가락으로 내 발 밑을 가리켜서 얼른 보니, 아이쿠, 내 바지가 왜 바닥에 있지? 얼떨결에 흘러내린 바지를 끌어 올리고 뒤를 돌아보니, 그날따라 웬 신도들이 그리 꽉 들어찼던지…….
༄

그렇게 세월은 흘러 행자교육원을 수료하고 송광사 강원에 방부를 들여 큰방 생활이 시작됐는데, 군대 이등병 때의 긴장된 생활은 저리 가라 할 만큼 힘이 들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이 발우 공양인데, 어른 스님들보다 늦지 않게 먹어야 하기 때문에 죽비 소리에 맞춰 마치 포크레인이 대형트럭에 흙을 퍼담듯이 먹어치워야 했다.
그날 공양 때에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숟가락이 입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니 내 숟가락이 발우 속에 또 하나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들고 있던 숟가락은 대중 스님들이 찬상에서 반찬을 더는 데 쓰는 것이었다. 살그머니 돌아보니, 눈치 챈 스님이 없는 것 같아서 살짝 찬상에 도로 내려놓았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거 부처님만 아세요.’

༄

드디어 치문반 소임 중에 제일 힘들다는 도량석 차례가 되었다. 평소에 염불을 잘 못해서 떨리기도 하고, 그날따라 감기 기운이 있어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명종 소리에 2시 30분에 일어나 큰법당에 불을 켜고, 3시 정각에 목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목이 꽉 잠겨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밤사이에 감기가 더 심해져서 목이 부었는지 힘을 주는데도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도량석은 돌아야 하니까 젖 먹던 힘까지 해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겨우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새벽예불을 마치고 큰방에 돌아와 가사장삼을 벗는데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떤 스님은 정랑에서 내 도량석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소변이 안 나오더라고 하고, 어떤 스님은 목탁이 하도 느려서 목탁 들고 어디 가는 줄 알았다고 하는가 하면, 웬 절에서 새벽부터 돼지를 잡나 했다는 스님도 있었다. 내 도량석 덕분에 그날 오후 치문반 스님들은 윗반 스님에게 도량석 습의를 제대로(?) 받았다.
지금까지 고백한 내용은 사실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었는데, 다 털어놓고 나니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내가 본래 근기가 모자라서 실수를 많이 하긴 하지만, 부끄러운 줄 알고 하나하나 고쳐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부처님같이 마음이 활짝 갤 날이 오지 않을까?
지안 스님 |
2006-09-13 오후 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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