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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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방이야기]치문반과 고양이
“잡아라, 잡아!”
“후다닥 퍽-”
“아니, 잡으랑께 놓쳐부렀어야?”
“글씨 요놈이 이젠 날아다니네요, 잉-”
“고놈들이 또 들어 왔어요?”

상구보리 하화중생, 대자대비심, 대하심大下心 등을 언제나 가슴 속 깊이 새겨 둔 스님들이 모여 사는 치문반의 하심 테스트가 시작된 것은 지난 해 가을부터이다.
얄미운 고양이들은 처음엔 외곽 지역부터 자기 영역을 오물로 일방적으로 표시를 해 왔다. 요즘 같이 추운 때 드디어 벌집을 쑤시고자 원력을 세웠는지 얼마 전부터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차담을 노려 아예 지대방으로 뛰어드는 요놈들의 행동은 드디어 일부 신경이 예민한 스님들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처음에는 마루 밑에 먹을 것을 떼어 놓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여러 스님들은 한계를 느끼고 점점 무신경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껴 먹으려고 윗반 스님들 몰래 감춰 둔 얼마 안 되는 차담을 고양이가 먼저 살짝 맛을 본 것이다. 우리 스님들은 마구니를 조복 받으려는 자비심을 발휘하여 여법하게 정진 또 정진 그렇게 며칠을 살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왠지 이상했다. 점점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은 듯하더니 마침내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괜히 이유 없이 속이 미식 미식하고 얼큰한 것이 먹고 싶고 몸이 가렵고 하여튼 증세가 가지가지였다. 부랴부랴 대책반을 구성하고 반 공사를 하였는데 강경파, 온건파, 눈치파 등으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였다. 해괴망측한 방법과 기발한 아이디어, 반짝 지혜가 속출했다.
결론은 살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멀리 퇴방 조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는 즉시 쫓아내도 소용이 없고 그때만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 버릴 뿐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동물적인 감각이 뛰어났다. 청각, 후각은 물론이고 고양이과 짐승들의 천부적인 운동신경 그리고 결정적으로 녀석들은 사륜구동이었다. 절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사람들과 많이 익숙해져 있었고 무척 약아져 있었다.
날이 갈수록 사태가 별 진전이 없자 스님들은 거의 포기상태에 다다랐다. 문단속만 잘하자고 서로를 위로하였다. 이 얄미운 고양이에 대해서 모두가 무심해졌을 때 꺼림칙한 일이 하나 생겼다. 고양이 한 마리가 법당 옆에 죽어 있는 것이었다. 병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동물에게 물려서 죽은 건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이유야 어쨌건 도량 안에서 고양이 주검이 발견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도반 스님이 양지쪽에 묻어주고 천도시켜 주자고 했다. 그래서 목탁을 들고 가보니 벌써 청소하시는 처사님이 쓰레기장에 버렸단다. 쓰레기는 불타고 녀석은 한줌 재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나무아미타불……. 그날 사시에 지장전에서 49재가 있었는데, 나는 속으로 고양이의 영가도 같이 천도되길 빌었다. 한때는 미워서 돌 던져가며 쫓아냈던 녀석의 죽음 앞에서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된다. 죽은 고양이 말고 몇 마리가 더 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치문반과 고양이와의 관계를 보면, 작년 겨우 내내 우리가 좀 야박하게 군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집반으로 올라가니까, 새로 오는 치문반 스님들에게는 이렇게 말하리라.
“치문반 스님들! 동물을 사랑하세요, 그게 뭡니까? 스님들이 말이야, 자비심이 있어야지……. 쯧쯧.”
그러나 강원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우리가 사집반에 올라가도 그 지대방을 그대로 쓰게 될 가능성이 많다.
도반 스님들, 전 이제 이 글을 마침과 동시에 고양이를 괴롭히지 않으렵니다. (내가 제일 늦게 이런 생각을 했나?)
고양이들아, 어서 빨리 좋은 인연 만나기 바란다.
이젠 괴롭히지 않을게…….
선용 스님 |
2006-09-07 오전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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