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주변은 해인사, 화엄사, 법주사, 천은사 주변의 숲과 함께 개발을 금지하고 보전해야할 8~9등급 숲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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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에 따르면 내장산(內藏山)의 본래 이름은 산중에 있던 영은사(靈隱寺)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고 불렸다가 나중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근세의 인물인 학명선사의 사리탑에 병서된 내용에 따르면, 내장사는 백제 무왕 때인 636년에 영은조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조선 중종실록 기유년(己酉年) 조에 승도탁란사건(僧徒濁亂事件)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내장사 말고 영은조사가 세운 영은사가 별도로 존속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내장사로 들어가는 길은, 금선계곡에서 발원해 내장호로 유입되는 내장천 계류를 따라 ‘자연사랑길’이다. 이 길의 바닥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표지가 나있다.
자연사랑의 길 오른쪽으로는 잔디밭 군데군데 조경수들이 자리하고, 계류 쪽으로는 곰의말채, 누리장, 왕버들, 비목, 신나무, 느티나무, 들메나무, 풍개나무, 층층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등등의 자생수종이 보인다.
자연사랑로를 끼고 흐르는 계류는 내장천의 상류로, 버들치와 갈겨니가 우점종으로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지역을 벗어나 내장호에 이르는 구간에는 돌고기, 긴몰개, 동사리, 왕종개, 피라미, 돌마자, 동사리, 모래무지, 밀어, 왜매치, 참종개 등이 나타난다.
내장사 계류에는 상수원보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조사기간 중에 많은 피서객들이 들어와 물놀이를 하고 고기를 굽고 있었다.
게다가 계류 곳곳에 허연 거품이 모여 있었다. 이는 위쪽에서 합성세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합성세제는 자연상태에서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물을 오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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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를 막아서 조성한 우화정 호수에는 갈겨니와 같은 자생어종도 있지만, 비단잉어와 같은 대형 양식어종도 함께 서식하고 있다. 관상어종인 비단잉어는 고유한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방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놀랍게도 이 인공호수에 천연기념물 제 330호인 수달이 살고 있다. 얼마 전에 호수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는 수달이 무인 카메라에 잡혀서 언론을 탄 적이 있다. 수달은 내장사 주변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호수 주변에 관광객 출입을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물을 막은 시멘트 둑 옆으로 호수의 물이 작은 폭포처럼 끊임없이 유출되고 있어서 제방의 붕괴위험이 있다.
우화정을 지나면 왼쪽으로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다. 단풍철이 아니라도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보는 내장산의 활엽수 임해(林海)는 또다른 승경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케이블카 상부역에는 음료수 자판기들이 놓여 있고, 전망대 매점에서는 술과 음식을 팔고 있다. 유원지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은 국립공원 안에서는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전망대에 서면 월령봉-서래봉-불출봉-망해봉-연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공룡의 갈기처럼 꿈틀거리며 지나간다. 숲의 바다 속에 자리한 벽련암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내장사로 하산하는 길은 활엽수 숲바다 속으로 나 있다. 하산길 도중에 천연기념물 제 91호로 지정된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한 굴거리나무 군락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보호철책 덕분인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굴거리나무숲의 생육 상태는 비교적 건강하다. 굴거리나무들은 경쟁 수종인 대팻집나무 사람주나무 등 다른 낙엽활엽수들에게 기 죽지 않고, 자연발아된 어린 치수들도 조릿대의 시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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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거리나무는 따뜻한 난대지방 상록수로, 키가 10미터까지 자라는 교목이다. 잎은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이며, 길이는 20센티 안팎이다. 잎은 가죽처럼 두껍지만 윤기가 반들거린다. 상록수이지만, 새 잎이 난 뒤에 지난 해의 잎은 떨어진다. 잎자루가 붉은 것이 특징이다.
굴거리 숲을 내려오면 금선골에서 내려오는 계류를 만난다. 내장사 앞에서 원적골 물과 합류하여 명당수를 이룬다.
내장산 계곡은 노랑할미새와 검은댕기해오라기와 물총새 등 계류성 여름철새들이 눈에 띈다. 피서객들의 발걸음 사라진 아침이면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계류를 거슬러 올라와 물고기들을 사냥한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주로 인적 드문 계곡에서 몸을 잔뜩 웅크려 낮추고 소리없이 접근하여 긴 부리를 이용해 단숨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더러는 물가에 꼼짝 않고 있다가 물고기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움추렸던 목을 쏜살같이 뽑아 물고기들을 사냥한다.
이 밖에 내장산을 찾아오는 여름철새로는 꾀꼬리, 파랑새, 큰유리새, 물총새, 붉은배새매, 청호반새, 팔색조 등등이 있다. 천연기념물로는 검독수리, 까막딱다구리, 붉은배새매, 새매, 소쩍새, 황조롱이 등이 있다.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는 108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단풍철이면 마치 불구덩이 속을 지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 단풍나무들은 1백년 전 스님들이 심은 것으로, 이제 노거수가 되어 노쇠의 빛이 역력하다.
수백년 동안 부도전을 지켜온 천년송(千年松)은 가슴 높이의 둘레가 3미터에 이르고, 키가 40미터에 가까운 노거수이다. 안타깝게도 몇 해 전에 고사하고 말았다. 한 차례 외과수술을 받긴 했지만, 정황을 고려하면 수명이 다하여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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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명간에 이 천연송을 베어낸다고 한다. 천년송과 같은 노거수들은 대개 우성으로 유전하므로, 죽기 전에 후계목을 키워놓았어야 했다. 노거수의 죽음은 나무 한 그루 사라지는 것 이상의 생태적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내장사의 역사와 함께 해온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여 비록 고사목이라도 생각없이 베어내지 말고 안내판이라도 세워두고 기릴 일이다.
정혜루 좌우 석축에는 줄사철나무가 덩굴나무처럼 덮혀 있다. 줄사철나무는 상록 관목(灌木)으로, 금강 이남지역의 산기슭 숲속에서 자생한다. 가지가 뻗으면서 군데군데 뿌리가 생겨서 나무 줄기나 바위를 기어올라간다. 잎은 비교적 두꺼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5~6월에 피고, 열매는 가을에 붉게 달린다.
내장사 경내의 노거수로는 정혜루 앞의 단풍나무, 명부전 옆의 배롱나무, 범종각 옆의 팽나무, 대웅전 좌우의 두 그루 금송이 조경수로 식재되어 있다.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의 공간에는 느티나무, 전나무, 은행나무 등이 건장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내장사에서 원적암-벽련암을 거쳐 일주문으로 내려오는 3.6킬로미터 구간은 내장산의 식생을 잘 보여주는 낙엽활엽수림지대이다. 아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던 바로 그 숲의 바다이다. 내장사 하면 가을단풍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 낙엽활엽수림의 바다 덕분이다.
내장산은 남방계식물과 북방계식물이 함께 자라는 지역으로, 군락을 이루는 주요 식물로는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단풍나무, 층층나무-비목나무 등 대부분이 낙엽활엽수들이다. 내장사의 아름다운 단풍도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내장사의 목본류 가운데 이나무는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정식물이다. 밝은 회갈색 나무줄기는 멀리서 보면 흰색으로 돋보인다. 키가 15미터까지 자라는 이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이다. 잎은 길이 20센티에 생김새가 심장꼴이다. 표면은 초록빛이나 뒷면은 거의 흰빛이다.
원적암에 이르기 직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람한 몸집을 자랑하는 비자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높이도 10미터를 훨씬 웃돌고 수령도 6백년이나 되는 보물급 노거수들이다. 원적암 비자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의 한계지역에 자라고 있어서 식물분포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원적암에서 벽련암에 이르는 숲길 주변의 관목층에는 단풍나무, 때죽나무, 붉나무, 사람주나무, 고추나무, 병꽃나무, 가막살나무, 고광나무, 꼬리말발도리, 미역줄나무, 산철쭉, 정금나무, 조록싸리, 진달래, 참싸리, 철쭉꽃 등이 관찰된다.
입추 무렵에 꽃이 핀 초본들로는 으아리, 금마타리, 꽃며느리밥풀, 인동, 참취, 이삭여뀌, 고마리, 배초향, 나비나물 등이 관찰되었다.
내장산의 희귀 초본으로는 백양더부살이가 첫손에 꼽힌다. 백양더부살이는 1928년 일본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내장산 남창계곡에서 처음 발견한 후 75년 만에 새로 발견된 희귀종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밖에 없는 백양더부살이는 쑥 뿌리에 기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현재 내장산 국립공원 밖 내장천 하천 둔치에서 갓길과 둑 비탈에 많은 개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원적암에서 벽련암으로 가다보면 ‘사랑의 다리’라는, 이름이 좀 생뚱맞은 곳을 지나게 된다. 이곳은 너덜이라 불리우는 테일러스(Talus)지역이다. 테일러스는 8~1만년 전 빙하기 때 생성된, 물리적 풍화의 산물이다. 즉, 수직으로 솟아있던 높은 바위들이 풍화작용으로 산산이 부숴져 지대가 낮은 곳으로 굴러서 넓게 쌓인 곳을 말한다.
벽련암의 본래 이름은 백련사(白蓮寺)였다. 절 뒤로는 웅장한 서래봉이 솟아 있다. 절 뒤에 대나무 숲을 조성한 것은 서래봉의 암맥에서 쏟아지는 기(氣)를 순화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법당 앞뒤에 노거수로 자란 단풍나무가 노장처럼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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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련암에서 일주문까지도 식생은 낙엽활엽수 세상이다. 낙엽활엽수는 곤충을 먹여살리는 나무이다. 내장산에는 764종의 곤충이 살고 있는데, 그 중에서 딱정벌레류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도 그런 식생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먹그늘나비는 뱀눈나비과에 속하는 나비로, 남한 전역에 분포한다. 개체수도 흔해서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 어디서나 쉽게 관찰된다. 수컷의 뒷날개에는 바깥선두리를 따라 6개의 눈알 모양 무늬가 줄지어 있다. 이름 그대로 숲그늘을 좋아하며, 꽃의 꿀을 찾기보다는 참나무류의 수액이나 썩은 과일, 짐승 배설물을 즐겨 찾아다닌다.
대륙좀잠자리는 계곡에서 부화하여 어린 시절에 고도가 높은 서늘한 산 속으로 옮겨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다가 성숙하면다시 산을 내려온다. 추위에 강해서 늦가을까지 관찰된다. 몸통과 날개가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띠고, 머리 부분은 갈색을 띤다. 나중에 몸통은 붉은 색으로 변한다.
벽련암을 내려오면 백년약수가 있다. 백년장수(百年長壽)를 기원하는 의미라지만, 원래 백련사 절 이름을 따서 ‘백련약수’였다고 하니, 본래 이름을 되찾아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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