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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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 열두봉우리 청정도량 외호
[108사찰 생태기행]봉화 청량산 청량사
청량사 전경

낙동강이라는 이름은 가락[伽倻]의 동쪽을 흐른다고 해서 불려진 이름이다. 본류는 태백의 함백산(1573미터)에서 발원하여 봉화-상주-성주-대구-밀양-김해 등 영남의 너른 들을 적시며 을숙도에 이르러 남해로 흘러든다.
낙동강을 아홉구비로 나누어 흔히 구곡장류(九曲腸流)라 하는데, 구비를 돌 때마다 지방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려진다. 발원지인 태백과 안동댐을 잇는 두번째 구간이 명호강이다. 봉화 청량산이 바로 그 강에 발을 담그고 있다.
봉화 청량산은 태백산 훨씬 위쪽에서 갈라져 남쪽으로 내려온 낙동정맥의 식솔이다. 장군봉(1137)과 일월산(1218) 사이에서 갈려져 나온 덕산지맥이 서쪽으로 내달리다가 낙동강 강줄기 앞에서 우뚝 멈춘 산이다. 청량산은 해발 870미터로, 산간오지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깊기로는 설악이나 지리산에 버금간다.
청량사가 청량산에 깃든 것은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삼국통일 직후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 하던 무렵이었다. 원효가 이 산에 들어와 처음 지은 초막 자리가 지금의 응진전 자리라고 전해진다. 원효 이후 크고 작은 암자들이 골골이 들어섰는데, 한때는 암자가 27개소에 이르렀다고 한다.
청량사로 가자면 명호강을 건너야 한다. 명호강은 봉화의 고산준령들을 발원지로 하는 법전천, 광비천, 현동천, 운곡천, 재산천 등 해맑은 지천들이 낙동강 본류와 함께하는 합집합의 강이다.
명호강에는 1,2급수 어종이 주종을 이룬다. 이곳의 은어를 특별히 ‘육봉은어’라고 부른다. 은어는 원래 강과 바다를 드나드는 회유성 어류이지만, 이곳의 은어는 안동댐 때문에 바다로 내려가지 못하고 눌러살게 된 것이다. 육봉은어는 다른 은어에 비해 몸집이 좀 작은 편이다.
광석나루는 명호강을 건너 청량사로 들어가는 무드리나루이다. 광석다리를 건너면 청량산 도립공원 표석이 서 있고, 표석 뒤에 퇴계 이황이 지은 청량산가(淸凉山)가 조각되어 있다.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白鷗)야 헌사(喧辭 : 소문)하랴 못 믿을손 도화(桃花)로다
도화(桃花)야 떠나지 마라 어주자(魚舟子 : 어부) 알까 하노라.

퇴계는 광석나루에서 명호천을 따라 30릿길을 내려간 도산 온혜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청량사에 들어와 학문을 연마한 인연으로 스스로 청량산인(淸凉山人)이라 하였다. 훗날에 제자들과 청량산과 명호강을 많은 시문을 남겼다.
도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청량천 맑은 물이 내려온다. 수량은 그리 많지 않으나, 곳곳에 소와 작은 폭포들이 있어서 버들치와 갈겨니 등 계류성 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물까마귀와 해오라기 등이 이들을 노리면 청량천을 오르내리고 있다.
입석에서 등산로를 따라 청량사에 이르는 구간에는 소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생강나무, 쪽동백, 당단풍과 같은 목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응진전 주변에는 굴참나무 군락도 나타나고 있다. 쪽동백은 높이가 10미터 미만으로 자라는 낙엽활엽수 소교목이다. 줄기의 색깔과 질감은 마치 검은 사포(砂布)와 흡사하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는데, 매우 커서 손바닥 만하다. 꽃은 5~6월에 암수꽃이 따로 피는 흰색의 통꽃이다. 옥령화(玉鈴花)라는 별명처럼 청초하고 예쁘다.
산길을 걷다보면 숲 그늘 사이로 청량산의 봉우리들이 얼핏 보인다. 청량산은 청송 주왕산, 영암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기악(奇嶽)의 하나로 꼽힌다. 청량산의 아름다움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12개 봉우리들이 만들어낸다.
입석에서 청량사에 이르는 등산로는 금탑봉의 허리를 두른 산길이다. 등산로 곳곳에 노출된 절벽단애들은 거의가 역암(礰岩) 지질을 보여주고 있다. 역암은 청량산 일대가 먼 과거 어느 때 강이나 호수의 바닥이었음을 말해준다.
역암은 청량산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암석으로, 공룡이 살아있던 백악기에 형성되었다. 역암은 자갈, 모래, 진흙 등이 강물에 의해 실려와 뒤섞여 퇴적되면서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생김새가 마치 자갈과 모래와 시멘트를 섞고 버무린 레미콘과 같다. 다만, 시멘트를 대신해 석회와 점토가 들어갔을 뿐이다.
간혹 역암의 표면에 움푹하게 패인 흉터가 나타난 것은 풍화작용에 의해 자갈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흔적이다. 이를 타포니(taffoni)라고 한다.
청량사에 당도하기 전에 퇴계 이황의 유적인 청량정사를 먼저 만난다. 일명 오산당(吾山堂)이라고도 부르는 지금의 청량정사는 퇴계 사후 순조 연간에 유림들이 지은 건물이다.
청량정사 삼거리에서 금탑봉 허리를 돌아 응진전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나 있다. 청량산은 행정상으로 영남에 속하고, 위도상으로도 남부에 속하지만, 태백산간의 생태계와 연결되어 북방계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곤충상으로는 딱정벌레목 124종, 나비목 99종, 잠자리목 16종, 메두기목 26종, 노린재목 56종, 매미목 14종을 비롯해 4백여종이 보고되고 있다.
청량사 유리보전 석축

톱사슴벌레는 딱정벌레목 곤충 가운데 대형에 속한다. 애벌레는 썩은 나무를 먹고 자라는데, 성충이 되기까지 약 2~3년이 걸린다. 톱사슴벌레 수컷의 뿔은 크고 양팔로 껴안듯이 안쪽과 아래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성질이 사나워서 싸움을 잘 한다. 청량산은 특히 신갈나무 군락이 많아서 사슴벌레류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보여준다.
청량산의 나비 종류로는 왕자팔랑나비, 부처나비, 부처사촌나비, 은점표범나비, 도시처녀나비, 그늘나비, 애물결나비, 범부전나비, 긴꼬리제비나비 등이 관찰되었다.
팔랑나비과에서 몸집이 가장 작은 왕자팔랑나비는 5월부터 나타나는데, 날개는 검고 흰 무늬가 앞뒤 날개에 흩어져 있다. 수목이 많은 숲을 낮게 민첩하게 날아다닌다.
응진전 가는 길 주변의 벼랑에 부처손과 연화바위솔 등이 곡예하듯이 붙어 있다. 연화바위솔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으로, 주로 바위나 기와지붕에 자란다. 잎은 두텁고 백록색이며, 잎자루 없이 로제트형으로 밀생을 이룬다. 꽃은 아래쪽에서부터 피고, 색깔은 흰색, 홍색, 황색 등이 있다. 가을에 꽃이 피면 본체는 시들어 죽는데, 이 때 잎겨드랑이에서 싹 또는 가지를 내어 번식한다.
명호강

응진전 담장 아래 야생 천마가 자라고 있다. 난초과에 속하는 천마는 주로 참나무 뿌리에 다른 버섯과 공생하여 자라는 반기생성 여러해살이 초본이다. 잎은 비늘잎처럼 생겼으며, 여름에 연노란색의 꽃이 총상(總狀)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땅속의 덩이줄기는 감자를 닮았으며, 한방 약재로 귀하게 쓰인다. 천마는 재배하기가 까다로워 종 보존의 어려움이 있는 희귀 식물이다.
청량산에서 발견되는 포유류는 12종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수달, 산양, 하늘다람쥐 등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이다. 이 밖에 멧돼지, 노루, 멧토끼들이 등산객들에게 발견되기도 한다. 또, 응진전 스님의 이야기를 빌리면, 야생고양이와 삵이 교잡하여 낳은 새끼들이 절과 청량정사 주변에 나타난다고 한다.
김생굴(金生窟) 주변 절벽에 구실바위취가 군락으로 붙어 있다. 이곳의 구실바위취는 청량산의 식생이 북방계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구실바위취는 금강산, 설악산, 향로봉, 대관령 등 중부 이북 고산지대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이다. 하여, 구실바위취는 주로 습하고 응달진 바위에 붙어 자란다. 구실바위취는 청량사의 지표종으로 기억해둘 만하다.
쪽동백

김생굴에서 자소봉까지 등산로가 나 있다. 해발 840미터인 자소봉은 청량산 육육봉(六六峰) 가운데 하나이다. 청량산을 따로 육육봉이라 이름 부르는 것은 정상인 장인봉을 비롯해 열두 봉우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보살봉, 의상봉, 반야봉, 문수봉, 원효봉 등등 불교식 지명이었던 것을 조선 중종 때 주세붕이 유교식으로 개명한 것이라 한다. 그가 개명했다는 육육봉은 본래 중국의 주자가 복건성의 무이산(武夷山)에 정사를 짓고 구곡(九曲)과 서른 여섯 봉우리(육육봉)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데서 비롯된다.
청량산에는 외청량 육봉과 내청량 육봉 등 열두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청량사 큰절은 내육봉에 둘러싸여 있다. 풍수하는 이들은 연화봉과 금탑봉 등 내육봉을 연꽃에다 비유하면서 청량사를 연꽃의 수술로 보고 있다.
청량사 큰 절은 첩첩산중의 경사지에 자리한 까닭으로 전통적 가람배치가 어렵다. 일일이 석축을 쌓아 흙을 채워서 평지를 마련하고서야 전각을 앉혔다. 청량사의 석축들은 모두 청량산에서 나는 역암이나 편마암 등으로 쌓여있다. 정 하나 대지 않았지만, 저들끼리 줄을 맞추고 열을 맞추어 능청스럽고도 자연스럽게 석단을 만들어냈다.
유리보전과 오층석탑 사이에 전설의 소나무와 삼각우총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원효대사가 청량사를 창건할 때, 어느 날 사하촌의 한 농부가 머리에 뿔이 셋 달린 소를 부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 소가 도무지 농부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자 원효대사가 청량사로 끌고 왔다. 대사가 소를 절에 데리고 온 후로는 성질이 고분고분하여 힘든 불사를 저 혼자 해냈다. 그러나, 소는 불사 완공을 눈앞에 두고 지쳐서 그만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대사는 소를 유리보전 앞마당에 묻었는데, 그 자리(三角牛塚)에서 가지가 셋인 소나무가 자라나 지금의 삼각우송이 되었다고 한다.
삼각우송은 봉화 춘양과 울진 소광리에서 보이는 금강송과는 형질이 좀 다른 소나무이다. 행정구역은 같아도 산줄기가 달라서인지, 청량산의 소나무들도 금강송과는 형질이 좀 달라 보인다.
청량산의 새들은 활공할 공간이 넓기 때문인지, 주로 청량사 큰 절 주변에 모여 있다. 특히 층층이 쌓인 석축의 틈은 새들에게 좋은 석굴이 되고 있다. 심검당 석축 틈에는 박새가, 범종각 앞 석축 틈에는 흰배지빠귀가 둥지를 틀었다.
톱사슴벌레

산중의 새들은 새벽예불과 함께 눈을 뜬다. 맨먼저 눈을 뜨는 새가 쏙독새이다. 쏙독새는 새벽예불시간에 맞춰 맨먼저 일어나고, 저녁 예불에도 어김없이 동참해 노래하는 새이다.
여름철새인 쏙독새는 암수가 모두 흑갈색을 띠며 회갈색의 얼룩 무늬를 갖고 있다. 비교적 높은 산중의 숲속에 서식하면서 곤충들을 잡아먹고 산다.
쟁기질을 하던 머슴아이가 죽어서 쏙독새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어서 한자로는 ‘호독조(呼犢鳥)’라고 한다. 즉, ‘송아지를 찾는 새’라는 말이다. 서산대사가 이 새를 소재로 한 시를 <청허집(淸虛集)>에 남겨 놓았다.

前是牧童今是鳥 전날엔 목동이요 지금은 새가 되어
年年猶愛舊春風 해마다 그 옛날 봄바람을 사랑하네.
山深樹密無尋處 산 깊고 숲 빽빽해 찾을 곳이 없건만은
呼犢一聲烟雨中 보슬비 내리는 속에 "쯧쯧쯧쯧" 부르누나.

청량사 경내에서 관찰되는 초본으로는 기린초, 꽃마리, 노루발, 다화개별꽃, 달개비, 매발톱, 산박하, 산부추, 작약, 초롱꽃, 패랭이, 금낭화, 원추리, 수국, 매리골드 등이 꽃을 피우고 있다. 오랫동안 불사를 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고들빼기, 지칭개, 씀바귀, 민들레, 환삼덩굴, 황새냉이, 명아주 등도 보인다.
얼마 전에 환경부에서 청량산 일대에 생태탐방로를 만들기로 했다. 선정 이유는 낙동강과 청량산이 어우러져 자연경관이 수려한 데다, 퇴계 이황 등 옛 문인들이 즐겨 기행문을 남긴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청량산 지역의 난개발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cafe.daum.net/templeeco
박봉영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6-08-18 오후 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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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