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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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풍광 곳곳에 산불 흔적
108사찰 생태기행(60)-영동 천태산 영국사
충북 영동지역은 백두대간에 접한 전형적인 내륙산간이다. 민주지산(1241m), 각호산(1204m), 삼도봉(1177m), 황악산(1114m) 등 1000m를 웃도는 산들이 삼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천태산(天台山)은 해발 715m로, 이 산간지대에 중간치 산에 지나지 않지만, 기암괴석과 아기자기한 폭포와 유수한 불교문화재들을 품은 100대 명산(산림청 선정) 가운데 하나이다.

영국사 망탑


천태산 품속 영국사(寧國寺)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 전략상 포석(布石)으로 창건한 것으로 보인다.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국청사’라는 이름으로 중창한 후,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며 ‘영국사’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고려사>에 나타난 공민왕의 파천길이 영국사를 멀리 벗어나 있어서 신빙성은 좀 떨어진다.

주차장에 내려 영국사까지는 1.5km, 걸어가기에 딱 좋은 산길이다. 산길에서 만나는 삼단 폭포는 영국사의 명당수로서, 호탄천의 상류를 이룬다. 용추폭포(龍湫爆布)라는 옛 이름을 당국에서 생각 없이 ‘삼단폭포’로 고쳐 놓았다. ‘용추’라는 이름에는 물을 용신(龍神)으로 섬겨온 옛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깊은 배려가 깃들여 있다. 지금이라도 옛 이름을 되찾아 줄 일이다.

천태산 산불현장


망탑봉은 천태산의 화강암 암맥이 뻗어 내려와 이루어 놓은 거대한 암괴(巖塊)이다. 영국사의 안산이자 좌청룡인 망탑봉이 없으면 영국사는 담장과 대문이 없는 꼴이 된다. 이 봉우리에 세워진 망탑은 바로 이 요처를 지키기 위해 세운 비보탑이다.

망탑봉에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산불 흔적이 곳곳에 시커멓게 남아있다. 지난해 4월 천태산 남쪽 가선리 야산에서 방화성 실화로 일어난 산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북상하여 다음날 영국사 쪽으로 옮겨 붙었다. 헬기와 소방차를 비롯한 각종 소방장비를 동원해 영국사를 사수한 결과 다행히 50m 전방에서 기적적으로 산불이 잡혔다.

망탑봉을 내려오면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은행나무를 만난다. 천년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나무 높이 31m, 가슴 높이의 둘레 6m로 청년같은 노익장을 보여주고 있다. 서쪽 가지는 땅에 닿아서 뿌리를 내려 다시 새로운 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은행나무는 맹아율이 높기 때문에 노거수의 경우 가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절벽에 풀 돋듯이 줄기벽에 새 순들이 군데군데 나와 있다.

양버들로 불리는 포플러나무


4년 전 새로 지은 만세루 누하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마당에는 삼층석탑과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충청대에서 주변을 발굴조사하고 있는데, 삼성각 뒤쪽 절터를 본래의 대웅전 터로 추정하고 있다.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청자기와는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개성 만월대 출토 청자기와 이후 남한에서 처음 발굴된 청자기와로 밝혀졌고, 진흙으로 만든 소조부도(塑造浮屠)도 전에 없던 것이다. 이 두 유물이 영국사의 전성시대를 무언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웅전 마당에는 찰피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겹벚나무 등이 자리하고 있으나 수령이 모두 50년 미만이다. 때마침 겹벚나무에서는 연분홍 꽃잎이 꽃보라처럼 바람에 날리고 있다. 겹벚꽃은 왕벚나무의 변종으로, 꽃잎이 여러 겹(만첩)이기 때문에 겹벚꽃이라고 한다. 겹벚꽃은 암술이 퇴화하여 열매를 맺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불국사, 선암사, 실상사 등등 웬만한 사찰이면 한두 그루씩은 다 있다.

화장실 옆에는 분리되지 않은 채 빈 병, 1회용 컵, 종이상자, 비닐 등이 한데 쌓여있다. 영국사는 호탄천 최상류 지역이라서 쓰레기를 함부로 태워서 묻으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수고스럽지만 절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하고, 영동군은 쓰레기를 제때에 수거해가야 할 것이다.

절 뒤로 만발한 유채화와 미나리냉이 등의 풀꽃들이 온갖 나비들을 다 불러 모으고 있다. 나비들은 대개 여름 안거가 시작되는 5월 중에 가장 다양하게 나타난다. 봄 나비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어른벌레로 겨울을 난 나비들과 서둘러 나온 여름 나비까지 볼 수 있다.

영국사 찰피나무


호랑나비는 1년에 두세 차례 나타나는데, 봄에 나타나는 것보다 여름에 나타나는 호랑나비가 좀더 큰 편이다. 색상은 주황색, 붉은색, 녹색, 청색 무늬 등 색상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약간씩 달리 나타난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산초나무나 탱자나무와 같은 가시 있는 나무들의 어린잎을 먹고 산다.

절 뒤로 갯버들에 뒤덮힌 습지가 있다. 미나리냉이, 미나리아재비꽃, 골풀들이 푸릇하게 어울려 피었다.

미나리아재비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50센티 안팎으로 자란다. 미나리처럼 햇볕이 좋고,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여러 개 갈라진다. 노란색의 꽃이 늦봄에 몇 송이씩 피는데, 꽃잎과 꽃받침은 모두 5장씩이다. 사찰 연못가에 관상용으로 심으면 좋다.

미나리냉이 역시 습하고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땅속줄기에서 곧게 자라는 줄기가 나와 50센티까지 자란다. 미나리를 닮은 잎은 5~7장의 잔잎으로 어긋나며, 잔잎의 가장자리에는 톱니들이 있다. 꽃은 흰색으로 줄기 끝에 모여서 핀다.

골풀은 전국의 습한 곳에 자라는 수생식물이다. 키가 50∼100센티까지 자라는데, 줄기만 있고 잎이 없다. 철사 모양을 한 초록색 줄기 속은 차 있으며, 이것으로 방석과 돗자리 등을 만든다. 초여름에는 녹갈색 꽃이 줄기 가운데 핀다.

원각국사 탑비(보물 제534호)의 비신은 점판암이다. 점판암으로 비신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에 들어와서부터이다. 점판암은 대개 세립질 점토와 일부 모래 또는 화산먼지 등으로 구성된 퇴적암으로 분류된다. 박리의 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원석에서 쉽게 떨어지고, 재질이 부드러워 조각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풍화작용에 약한 결점이 있다.

미나리냉이와 대만흰나비


원각국사비 주위로 도래솔들이 늘씬하게 서 있다. 천태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골산인 까닭에 소나무들이 숲을 우점하고 있다. 더러는 바위틈에서 어렵게 자라다보니 분재를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눈독을 들였다가 몰래 반출해 가기도 한다.

지난해 산불이 바로 이 원각국사 능선길을 타고 국사비 뒤 50미터까지 내려온 것이다. 능선길 주위가 모두 시커먼 민둥산이 되었다. 아직도 불 냄새가 바람에 실려 돌아다닌다.

부도 건너편 능선은 도산통이다. 도산통이란 마사토로 이루어진 구릉이나 산을 가리키는데, 안동의 도산면 지역에 흔하기 때문에 그 지명에서 말을 따왔다.

마사토는 결이 거친 화강암이 오랜 풍화작용으로 부스러기가 된 풍화모재층(saprolite)이다. 수분이나 토양분을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토양이 척박하다. 그래서 오랜 세월 소나무들이 우점해왔는데, 지난 번 산불로 푸른 솔숲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마침 영동군청 발주로 산림조합에서 산벚나무와 단풍나무를 심고 있었다. 척박한 토양에서 이들 나무가 뿌리를 제대로 활착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원각국사길 쪽으로는 3년생 소나무를 심어 복원하고, 영국사 절 주변으로는 은행나무를 심었다.
산불이 숲 바닥에는 산불 피해로 둥글레와 노루발 등 겨우 몇 종의 초본들만 꽃을 피우고 있다.

둥글레


둥굴레 줄기는 활처럼 휘어지고, 잎은 한쪽으로 치우쳐 여러 장이 차례로 난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줄을 지어서 핀다. 둥굴레차도 좋지만, 예전에 절에서는 둥굴레 뿌리를 된장이나 고추장 속에 박아 장아찌로 해서 먹었다. 절 주변의 반음반양지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다시 산을 내려오며누 은행나무 위쪽으로 조성한 지 얼마 안 되는 넓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연못가 창포 줄기에선 방금 우화를 마친 먹줄왕잠자리들이 날개를 바람에 말리고 있다.

먹줄왕잠자리는 연두색 가슴에 흑색의 줄무늬(먹줄)가 있다. 검은 색의 배는 마디에는 2쌍의 청색 무늬가 있다. 애벌레는 숲이 있는 연못이나 저수지에서 다른 수서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산다. 성충은 그 주변에서 5-6월에 나타나는데, 흔히 왕잠자리와 함께 노닌다.

주변 개울에서는 때맞춰 쇠측범잠자리도 우화를 하고 있다. 쇠측범잠자리는 연못이나 저수지보다 그늘진 개울을 좋아한다.
대왕노린재는 몸의 길이가 2.5센티를 웃도는, 우리나라 노린재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노린재이다. 천태산에서는 능선 부근의 참나무 숲에서 가끔 채집된다. 초록색 바탕에 구릿빛과 보랏빛을 띠고 있는 아름다운 노린재이다. 번데기 상태를 거치지 않는 불완전 변태를 한다.

습지와 마을 골짜기에 키 큰 양버들이 서 있다. 이름에 ‘버들’이 들어가 있지만, 사시나무 종류에 속한다. 개화기에 유럽에서 들어와 ‘구주백양(歐洲白楊)’ 또는 ‘포플러(Populus)’라고 불려졌다. 40~50년 전 나무상자나 성냥개비를 만드는 경제목으로 많이 심었고, 시골 도로변에 가로수로도 많이 심었다. 영국사 주변의 양버들도 그 무렵에 심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사 주변에서 조류상이 빈약해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지난해 산불의 영향일 것이다. 불에 탄 나무엔 새들이 둥지를 틀지 않고, 산불로 숲이 사라진 곳에 새들이 깃들 리 없다. 산불의 피해가 비교적 덜한 북동사면의 숲에서 겨우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듣는다.

검은등뻐꾸기는 해마다 여름안거에 들어갈 무렵이면 전국의 절숲에서 특이한 울음을 우는 여름철새이다. 우는 소리가 ‘홀,딱,벗,고’처럼 들린다고 절집에서는 ‘홀딱벗고새’로 통한다. 뻐꾸기와 마찬가지로 다른 새들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놓고, 그들로 하여금 새끼를 키우게 하는 탁란조이다.

도가실로 넘어가는 길 주변으로는 다양한 활엽수들이 지난 해 화마를 피해서 다행히 건강한 숲을 이루고 있다. 활엽수로는 말채나무, 느티나무, 때죽나무, 고로쇠, 노린재나무, 느릅나무, 검팽나무, 신나무, 단풍나무, 산딸나무, 조릿대, 개옻나무, 물오리나무, 노간주, 팥배나무, 비목, 철쭉, 진달래, 병꽃나무, 조팝나무, 조릿대 등이 보인다. 이 활엽수들은 곧 천태산의 주요 활엽수가 된다.

그러나, 인적 드문 길이라 가끔 나무 도둑이 출몰하기도 한다. 때마침 몰지각한 사람들이 차를 몰고와 조팝나무를 몰래 캐가다가 영국사 신도에게 발각되어 경찰에게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조팝나무는 자잘하고 하얀 꽃이 잎보다 먼저 무리지어 피어서 조밥을 연상하기 때문에 ‘조밥나무-조팝나무’로 이름지어진 것 같다. 키가 2미터 정도되는 관목으로,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한 그루를 형성한다. 잎은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http://www.daum.net/templeeco
글ㆍ사진=김재일 | 사찰생태연구소장
2006-06-09 오후 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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