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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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동학사, 박물관ㆍ고속철도공사로 몸살
108사찰 생태기행-(45)계룡산 동학사
한반도 산악신앙의 본향인 계룡산. 그러나 최근에는 각종 개발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룡산은 신라 때부터 매년 봄가을로 제사를 받아오던 오악(五岳) 중의 하나로, 한반도 산악신앙의 본향이다. 동학사는 그 골짜기에 핀 한 송이 연꽃이다.

근래 들어 계룡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을 짓는다고 국립공원 내 장군봉 기슭을 수천 평이나 망가뜨리더니 이번에는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이 오송역으로 결정되면서 터널이 계룡산을 관통하게 되어 큰 상채기를 받게 되었다.

이 곳에 동학사가 들어앉은 것은 신라의 전성시대인 성덕왕 시절이다. 상원대사가 산중에 지은 암자를 나중에 회의대사가 중창하며 상원사(上願寺)라 불렀다고 한다.

식당가 뒤로는 계곡이다. 철망은 쳐놓았지만, 식당 측에서 계곡을 인공수로처럼 함부로 변형시켜 놓고 손님들을 받고 있다. 그 바람에 수서생물은 물론 물고기도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죽음의 계곡이 되어 버렸다.

동학사를 품고 있는 계룡산. 산과 절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숲길은 큰 절까지 1km가 넘는다. 목본류의 다양성에 있어서 이만한 사찰 숲은 그리 흔치 않다. 복자기, 왕벚나무, 양버즘, 아카시나무, 고욤나무, 일본단풍, 밤나무, 편백나무, 전나무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계룡산에 자생하는 나무들이다.

계곡 주변의 나무들은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을 하다보니 제 모양새를 가진 나무들이 흔치 않다. 올곧은 소나무까지도 그들의 틈새에 끼어서 이리 휘고 저리 굽었다.

동학사계곡은 길이는 짧지만 아기자기한 데가 있다. 자맥질을 할 만한 소(沼)도 있고, 물맞이를 할 만한 폭포도 여럿 있다. 휴가철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더위를 씻고 있다.

등산로 주변에서 발견되는 원추리꽃.
주변환경이 비교적 청정한 것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벌이고 있는 클린업타임(clean up time) 운동 덕분이다. 이것은 정해진 짧은 시간에 탐방객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변 청소에 참여하는 일종의 환경운동이다.

극락교를 지나 도착한 관음암 뜰엔 배롱나무와 능소화가 꽃들을 피워놓고 자지러진다. 꽃들의 수다에도 아랑곳없이 밀잠자리 암컷 한 마리가 돌수조에 앉아 미동도 없이 졸고 있다.

밀잠자리 수컷은 하늘색을 띠지만, 암컷은 사진에 보듯이 황갈색을 띤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여름잠자리이지만, 환경이 나빠지면 그곳을 뜨고 마는 지표종으로 알려져 있다. 동학사 주변의 잠자리는 이 밖에도 마이키측범잠자리를 비롯해 여러 종류가 서식하고 있다.

밀잠자리는 환경이 나빠지면 그곳을 뜨고 마는 지표종이다.
대웅전 뒤로 조림한 편백숲이 듬직한 병풍 역할을 해주고 있다. 편백은 일본 특산종이지만, 우리 남부지방에도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잘 자란다. 현재 선운사 등 남부지방 사찰에서는 흔히 볼 수 있으나, 위도상 동학사 북쪽에서는 흔하지 않은 편백숲이다.
큰 절에서 5분가량 떨어진 실상선원 주변은 장송들이 울타리를 치고 있다. 동학사 주변의 소나무들은 활엽수의 공세에 크게 시달리고 있다. 소나무를 위협할 정도로 활엽수의 키들이 쑥쑥 자랐다. 판세는 이미 활엽수 쪽으로 기울어져서 발 밑에는 후계목도 자라지 않고 있다.

꼬리명주나비 한 마리가 대웅전 뒤 바닥에 앉아있다. 꼬리명주나비는 양쪽 날개에 꼬리가 달려 있고, 명주처럼 날개가 투명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성질이 온순하고 날개의 움직임이 느리고 우아하다. 그만큼 천적들에게 해꼬지를 당할 확률도 높다. 아니나 다를까? 어른들을 따라 온 개구쟁이들에게 꼬리를 잡혔다가 빠져나오면서 한쪽 꼬리를 뜯겼다.

이 밖에 절 주변에서 산제비나비, 황세줄나비, 대만흰나비, 뿔나비 등이 관찰되었다.
여름철 비가 온 다음이면 가끔 경내에 꼬리치레도롱뇽이 나타난다. 이름에서 보듯이 일반도롱뇽과 달리 꼬리가 유난히 길어서 몸 전체 길이가 어른 한 뼘 정도 된다. 황갈색 바탕에 아름다운 점 무늬가 조밀하게 흩어져 있어서 일반 도롱뇽에 비해 아름답다.

깨끗한 물에만 사는 꼬리치레도롱뇽.
우리나라 양서류 중 가장 깨끗한 물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은 풍부한 산소와 낮은 수온을 서식조건으로 한다. 경내에 물이 항상 흐르는 작은 샘이나 바위틈 어디엔가 서식처가 있을 것이다. 환경부 멸종위기 특정야생동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동학사에서도 꼬리치레도룡뇽을 지표종으로 선정하여 서식지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다.

동학사 주변은 활엽수가 많아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같은 딱정벌레들이 다양하게 관찰된다. 밤이면 불빛을 쫓아 날아들었다가 창문이나 벽에 부딪치고는 더러 기절상태에서 아침을 맞곤 한다.
사슴풍뎅이는 수컷의 돌기가 사슴의 뿔을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몸 빛깔은 검은색이나 앞가슴등판과 딱지날개는 회백색의 가루 물질로 덮여 있다. 적갈색 앞다리 발목마디가 뚜렷하게 긴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컷은 매우 공격적이라서 앞다리를 크게 벌리고 위협을 가한다.

큰 절에서 은선폭포까지는 1km가 넘는 돌길(石徑)이다. 계룡산 지역은 온대 남부와 중부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서 북한계 식물과 남한계 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는 지역이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목본으로는 소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까치박달나무 등이 분포한다.

일본잎갈나무 줄기에 시민들이 새 집을 달아놓았다. 지난 6월말 조사 때는 곤줄박이 새끼들의 이소(離巢)가 한창이었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은 텅 빈 집이다. 계룡산의 여름철 조류들은 꾀꼬리, 뻐꾸기, 흰배지빠귀, 노랑할미새, 휘파람새, 붉은배새매, 올빼미 등등 다른 국립공원과 대동소이하다.

은선폭포는 화강암 협곡에 걸린 폭포이다. 물은 약한 지질부터 선택적으로 침식한다.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계곡이다. 물은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사슴풍뎅이는 적갈색 앞다리 발목마디가 긴 것이 특징이다.
남매탑으로 오르는 계곡의 식생도 은선폭포 계곡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등산로 주변은 거의가 활엽수들이다. 계룡산의 초본류는 몇 차례의 조사에서 860종 내외로 집계되고 있다. 어수리, 원추리, 참나리, 털중나리, 하늘말나리, 으아리, 사위질빵, 산꿩의다리, 까치수영, 산수국, 맥문동 등이 등산로 주변에서 꽃들을 피우고 있다.

계룡산의 육식 포유류로는 삵, 너구리, 오소리 등이 관찰되고 있다.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사라진 밤이면 이따금 너구리가 동학사 숲길을 어슬렁거리고, 얼마 전엔 동학사 건너편 숲에서 오소리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 ycj@buddhapia.com
2005-08-03 오후 2: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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