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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천년 은행나무만 보아도…
108사찰생태기행 - 용문산 용문사
만물에 불성이 있다고 했으니, 나무에게도 업(業)이 있을 것이다. 그 업에 따라 나무도 종류별로 저마다 다양한 생태를 지닌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도 각기 처한 환경이 다르고 생사가 다른 것도 그 업 때문이 아니겠는가.

은행나무는 고생대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되는 화석나무이다. 동북아시아를 고향으로 하는 이 나무가 조경수로 서구로 건너간 것은 이제 200여년에 불과하다. 은행나무는 장수목이다. 원산지로 알려진 중국에도 1000년 된 은행나무가 없다고 한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어쩌면 세계 최고령의 은행나무인지도 모를 일이다.

신라고찰 용문사를 보듬고 있는 용문산은 해발 1157미터로 몸집이 커서 양평 가평 홍천이 모두 이 산에 기대어 있다.
신라고찰 용문사를 보듬고 있는 용문산은 해발 1,157m로, 몸집이 커서 양평, 가평, 홍천이 모두 이 산에 기대어 있다. 장군봉(1067m), 문례봉(992m), 백운봉(940m), 도일봉(841m), 중원산(799m) 등이 모두 용문의 아우들이다.

용문산은 이름이 암시하고 있듯이 물이 좋은 산이다. 용문산의 큰 물줄기는 정상과 용문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용문사 앞을 흘러내리는 용문계곡, 정상과 백운봉 서쪽의 물을 받아 이루어진 연수계곡, 중원산과 도일봉 사이에 위치한 중원계곡 등이다. 흑천은 이 세 줄기 물이 합쳐서 이룬 강이다. 이 흑천의 물이 용문 너른 뜰을 다 적신다.

용문사 일대는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있다. 국민관광지는 1982년 정부가 관광진흥법에 따라 관광지를 개발하기 위해 선정된 곳이다. 국민관광지 가운데는 당시 각 시군에서 중앙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타낼 목적으로 마구잡이로 신청해서 선정된 곳이 많다. 용문산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잘못된 국민관광지 제도가 용문산의 자연환경을 엄청 파괴시키고 있다.

의상대사가 평소에 짚고 다니던 지팡이였다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현재 높이가 62m로 세계 최고령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사장 굉음을 뒤로 하고 일주문을 들어서면 물줄기가 요란하게 내려온다. 장마철이라 한껏 불어난 물줄기는 잉어가 용으로 등천한다는 용문을 연상케 해준다.

시멘트를 깐 숲길 주변은 소나무와 각종활엽수가 뒤섞인 혼효림이다. 이제 막 이소를 마친 어린 동고비 몇 마리가 어미로부터 비행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의상대사가 평소에 짚고 다니던 지팡이였다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현재 높이가 62m, 지난 1962년도에 조사한 수치보다 무려 7m나 높다. 그 사이에 7m나 자랐다는 이야기이다.

이 은행나무의 별호가 ‘화두목’이다. ‘불을 먹는 나무’라는 의미이다. 화재를 당했을 때 다른 나무들에 비해 소생율이 높은 것은 왕성한 맹아율 때문이다.

용문사 1000여년 역사 동안 여러 차례의 화재가 있었으나, 이 나무만은 온전했다고 한다. 은행나무 부근에 있던 천왕문이 소실된 뒤부터는 이 나무를 천왕목(天王木)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낙뢰를 막기 위해 은행나무에 옆에 피뢰침을 장치한 높은 철탑이 서 있다. 좀 흉물스럽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웅전과 삼성각 뒤에 있는 대나무는 기온 차이 때문에 따뜻한 남부지역에 비하면 크게 번성하지는 못하지만 한강 유역에서는 희소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웅전과 삼성각 뒤로 대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기온 차이 때문에 따뜻한 남부지역에 비하면 크게 번성하지는 못하지만, 한강 유역에서는 희소가치를 지닌 대나무이다. 화재에 대비해서 대웅전 뒤로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것이 좋다.

정지국사 부도로 가는 숲길은 찾는 이가 없어 제법 그윽하고 호젓하다. 활엽수림 속에 소나무들도 저마다 우람한 몸집을 자랑하며 숲 속에 서 있지만, 전성시대는 이미 끝이 난 것 같다. 모두가 하나같이 구불구불 피곤한 모습이다. 용문산에서 사라져가는 소나무의 마지막 순간들을 보는 것 같다.

계곡의 다리를 건너면 정상과 상원사(上院寺)로 가는 갈래길이 나온다. 상원사 길은 대체로 석경(石徑)이다. 용문산은 겉보기와는 달리 돌과 바위가 많은 암산이다. 전체적으로 호상편마암의 지질을 보이고 있으며, 편암과 충적층도 나타난다. 편마암은 변성암의 일종으로 석영, 장석, 운모 등 입상광물이 많이 함유되어 줄무늬가 뚜렷해서 다른 암석과 구별하기가 쉽다.

활엽수들이 너무 울울창창해서 임상 초본의 다양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꽃을 피우고 있는 것으로는 산꿩의다리, 까치수영, 산수국, 석잠풀, 하늘나리 정도이다.

산꿩의다리는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산꿩의다리는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줄기는 털이 없고 곧게 서며 우산살처럼 가지를 친다. 여름철이면 그 우산살 같은 가지 끝에다 작고 하얀 꽃들을 수없이 피운다. 꽃술이 꿩의 다리처럼 길다고 해서 그런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장마끝이라 숲 속 여기저기에 다양한 버섯들도 올라오고 있다. 그 가운데 노랑망태버섯이 군계일학으로 눈에 들어온다.
노랑망태버섯은 그물 모양을 한 버섯으로, 주로 활엽수림에 나타난다. 유균은 둥근 모양을 띠고, 노랑 망사를 치마처럼 두르고 있다. 대는 흰색이며, 무수한 반점이 있다. 화려한 외모와는 달리 냄새는 좀 역겹다. 그래서 냄새나는 기본체를 씻어버리고 중국에서는 수프에 이용한다.

마침 화사 한 마리가 바위에 걸터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용문산을 가리키는 말 가운데 하나가 ‘뱀 산’이다. 용문산에 어떤 종류의 뱀이 얼마나 많이 서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나와 있지 않지만, 용문사 주차장 주변에 늘어선 뱀탕집의 숫자는 다른 절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많다.

편마암은 변성암의 일종으로 석영 장석 운모 등 입상광물이 많이 함유되어 줄무늬가 뚜렷해서 다른 암석과 구별하기가 쉽다.
상원사 용문선원에 열댓 분의 납자들이 하안거에 들어 가부좌를 틀고 있다. 계단 앞 샘가에 새끼 도롱뇽들이 기어 다니고 있다. 숲 깊고 으슥한 골짜기에서나 볼 수 있는 도롱뇽이 이곳에서는 경내 곳곳에서 관찰된다. 자연이 그만큼 살아있다는 징표이다.
황세줄나비, 긴꼬리제비나비, 뿔나비, 표범나비 등이 오랜만의 햇살을 받으며 경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절 앞에 큰 연못이 있어서 요사채로부터 생활하수가 흘러들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때마침 요사채로부터 흘러나온 비눗물이 연못을 하얗게 장식하고 있다. 연못에 일단 가둬졌다가 계곡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수생식물들이라도 연못에 심어서 하수를 조금이라도 정화시켜서 계곡으로 내보내야겠다.
김재일 |
2005-07-21 오전 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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