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 종합 > 기사보기
물까마귀ㆍ흰줄표범나비 사는 자연의 보고
[108사찰생태기행]지리산 화엄사
화엄사가 위치한 노고단.
화엄사는 지리산을 마지막으로 장엄하는 한 떨기 꽃이다. 이 꽃이 노고단 자락에 피어난 것은 진흥왕 5년(544), 연기조사(緣起祖師)에 의해서이다. 그러나 화엄사의 전성시대는 조선 중기 영조 때, 선교양종대본산으로 승격되면서부터이다. 현존하는 전각들도 대부분 그 즈음에 지어진 것들이다.

화엄사 계곡의 바위들은 거의가 고생대의 화강편마암과 화강암들이다. 하상에 굵은 자갈과 왕모래가 깔려서 물이 맑다. 용존산소가 풍부해서 1~2급수 물고기 일곱 종이 서식하고 있다. 상류 쪽에는 버들치와 갈겨니가 관찰되고, 아래쪽은 갈겨니, 미유기, 동사리, 메기, 미꾸리 등이 관찰된다.

미유기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고유어종이다.
미유기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고유어종이다. 암청갈색을 띤 몸통은 가늘고 긴 원통형이다. 메기처럼 피부가 미끌미끌하고, 머리는 위 아래로 납작하며 2쌍의 입수염이 달려 있다. 주로 수서곤충들을 잡아먹는다. 6월에 부화된 새끼들이 돌 밑에 숨어서 지렁이처럼 꼬무락대고 있다.

계곡 주변과 가로변에는 다양한 활엽수들이 있고, 왼편 산으로는 소나무가 울울창창하다. 때마침 자귀나무엔 연붉은 꽃이 만발했다. 밤에 잎들이 마주 붙기 때문에 부부 합환수(合歡樹)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하지만 독신수행자들의 공간인 사찰에서는 그런 까닭으로 해서 별로 심지 않는다.

보제루는 단청을 하지 않아 더욱 고색창연하다. 누하주는 막돌초석 위에 그랭이로 서 있는데, 느티나무가 대부분이다. 판벽과 기둥에는 온통 뿔나비들이다. 겨울을 난 어미가 봄을 맞아 처음 뿌린 자식들이다. 뿔나비들이 목조건물 벽에 즐겨 붙는 것은 나무로부터 미네랄을 취하기 위함이다.

보제루를 돌아나가면 올라오는 동안 좁았던 시야가 일순간에 넓게 펼쳐지면서 불보살의 경계가 열린다. 길이 끊어진 광대무변에 동서쌍탑, 대웅전, 각황전, 석등, 그리고 효대와 사사자석탑까지 극적인 반전으로 나타난다.

각황전은 화엄사의 여의주 같은 건물이다. 우람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예술성이 뛰어나고 비례가 안정되어 있다. 오랜 세월에 단청이 바랜 부재들은 세월의 목향까지 은은히 풍기고 있다. 각황전의 이러한 ‘아름다운 위엄’은 지리산을 건축문화로 재구성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임진왜란 때 장륙전 화재와 함께 파괴된 화엄석경은 지금 대웅전 옆 영전으로 옮겨져 봉안되어 있다. 석경의 재료인 납석(蠟石 : Pyrophyllite)은 경상계 안산암 및 유문암질 응회암이 열수변질(熱水變質)에 의해 생성되는 광석이다. 삼국시대 이후 불상이나 작은 탑을 조성하는 데 많이 사용되었으나, 건축물의 내화재(耐火材)로서도 훌륭하다. 따라서 화엄석경은 경전신앙과 법당장엄 목적 외에 내화 목적으로 조성되지 않았을까 유추해 본다.

각황전 뒤 내화숲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동백나무를 이용한 것은 나뭇잎이 불에 강하기 때문이다.
각황전 뒷 숲은 내화수림대로 확연히 구분돼 있다. 이 내화수림대의 특징은 동백숲-참나무-소나무로 숲을 구획지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내화숲은 산불이 전각으로 번지거나 경내의 화재가 산불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화벽 역할을 한다.

특히 내화숲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동백나무를 이용한 것은 나뭇잎이 불에 강한 가죽질(革質)이라는 점에 있다. 그리고 수관이 밀생하여 바람의 이동을 차단하는 데도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효대에 있는 사사자삼층석탑과 석등은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풍수비보(風水裨補)의 석조물이다. 노고단의 한 지맥이 각황전을 향해 불 같이 달려오는 것을 조용히 잠재워주는 역할을 한다.

구층암 요사채 기둥은 다듬지 않은 모과나무이다. 근육질의 나무결과 옹이까지 여여하게 드러나 있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이라는 고상한 해석도 그럴싸하지만, 산중에 살면서도 나무 한 그루 함부로 베어 넘기지 않으려는 자연에 대한 배려가 아니겠는가.


구층암 요사채 기둥은 다듬지 않은 모과나무이다. 근육질의 나무결과 옹이까지 여여하게 드러나 있다.


구층암 해우소는 풀과 분뇨를 섞어서 발효시키는 전통해우소이다.
흰줄표범나비는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여름잠에 들었다가 가을에 다시 나타난다.
그 거름으로 사중에서 채전밭을 가꾸고 있다. 건너편 산 중턱에 자리한 금정암에도 전통해우소가 있다.

흰줄표범나비 한 마리가 채전밭을 날아다닌다. 흰줄표범나비는 주로 양지 바른 곳에서 개망초, 까치수영, 쑥부쟁이, 누리장나무, 마타리, 솔채꽃 등의 꽃에 앉아서 꿀을 빤다.

이 나비는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여름잠에 들었다가 가을에 다시 나타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구층암 옆 물 맑은 계곡에는 물까마귀가 산다. 물까마귀는 번잡하고 소란스러움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수행자들의 벗이 될 만한 새이다.

물까마귀는 이름 그대로 몸 전체가 진한 흑갈색을 띤 텃새이다. 물속에 들어가 유영을 하면서 물고기를 사냥하기 때문에 몸이 작고 날씬하다.


구층암 옆 계곡에는 물까마귀가 산다. 물까마귀는 번잡하고 소란스러움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수행자들의 벗이 될 만한 새이다.


산에서는 물 따라 길이 난다. 물을 따라 난 이 계곡길은 오랜 동안 노고단으로 가는 종주길이었으나, 성삼재로 찻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뜸해졌다. 그 덕분에 길 주변의 생태계가 튼실하게 되살아났다. 탐방로 주변은 소나무군집, 서어나무-졸참나무군집, 신갈나무군집 등으로 나타난다.


이따금 멧돼지와 고라니가 암자의 채전밭까지 내려와 장난을 치고 가는 바람에 암자의 공양주 보살들이 기가 찬다.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지난 7월 1일에 북한산 반달가슴곰 8마리를 방사하여 현재 지리산에는 전에 살던 토박이를 포함해 모두 2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금정암은 비구니 암자답게 경내로 들어가는 길이 예쁘다.
탐방로를 되돌아 내려오면 아담한 금정암을 만난다. 비구니 암자답게 경내로 들어가는 길이 예쁘다.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덮지 않고, 번들거리는 돌계단도 놓지 않고, 잔디와 폐자재인 침목만을 이용하여 한껏 재치를 부렸다. 담장도 한껏 낮추어 눈맛을 돋우고 있다.

지장암 뒤에 피안앵(彼岸櫻)이라는 별호를 가진 올벚나무(천연기념물 제38호)가 있다. 육신은 비록 늙었지만, 해마다 청명을 전후해서 꽃을 피워 몸단장을 한다. 원래 이보다 더 큰 올벚나무가 한 그루 있었으나 화엄사 적묵당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베어냈다고 전한다. 얼마나 컸던지, 그 나무로 적묵당 안마루를 죄다 깔고도 남았다고 한다.

지리산의 산신인 선도성모를 모시는 남악사 앞에 늙은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관이 느티나무와 흡사하여 일찍이 마을의 정자나무로 많이 활용되어온 나무이다. 소금끼에 강해서 주로 바닷가 마을에서 서낭나무로 모셔지기도 한다. 그렇고 보면 팽나무가 지리산중에 있어도 그렇게 생뚱맞게 보이지는 않는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
2005-07-07 오후 2:25:00
 
 
   
   
   
2024. 5.1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