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 종합 > 기사보기
새ㆍ꽃ㆍ나비ㆍ100년 장송 어우러진 보궁
108사찰 생태기행 41-사자산 법흥사


금낭화는 사자산의 청정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영월 사자산 법흥사는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해 세운 적멸보궁의 하나이다. 법흥사가 크게 일어선 것은 징효대사가 이곳에 선문구산의 하나인 흥녕선원을 짓고 사자산문을 열고부터이다.

원주에서 신림을 지나 주천 무릉교를 건너면 수주면(水周面)이다. 이름 그대로 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주천을 속세(俗世)의 땅이라고 한다면, 수주면은 신선의 땅이다. 주천강 건너 첫 마을이 무릉(武陵)이요, 그 다음 마을이 도원(桃園)이다. 그 선계(仙界) 위에 불계(佛界)인 법흥(法興)마을이 있다. 법흥사 적멸보궁 위로는 더 이상 길이 없다. 여기서 한 소식을 얻으면 도솔천으로 날아간다.

주천강변 요선암(邀仙岩) 위에 고려 시대 마애불상이 앉아있다. 시인 신경림은 이 부처님이 밤마다 중생들 몰래 바위에서 빠져나와 주천강에서 논다고 읊었다.

외눈이지옥사촌나비는 이름이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화사한 5. 6월에 나타나 꽃의 꿀을 찾아다닌다.

마애불 아래 강변에 기기묘묘한 화강암 암반이 절경을 이루고, 500여평의 암반에는 여러 모양을 한 돌개구멍이 많이 패여 있다. 이 돌개구멍을 지질학에서는 ‘포트홀(pot hole)’이라고 한다.
법흥천은 요선암에서 마쟁이-새터-광대평을 지나 법흥마을로 이어진다. 법흥천 주변은 근래 들어 펜션이 우후죽순 들어서서 자연환경이 예전 같지가 않다. 몇 해 전만 해도 수달 배설물이 법흥천 물가에서 심심찮게 관찰되었는데, 이번 탐방에서는 한 차례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사실만으로 법흥천에 수달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수달의 환경이 전보다 많이 파괴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내화수림대는 산불이 주요 건축물로 번지거나 또는 경내의 화재가 산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각 뒤쪽의 나무들을 베어내는 것을 말한다.

새터마을 도로변에는 큰 자연석에 새긴 황장금표(黃腸禁標)가 있다. ‘禁’자를 파자하면 ‘林 + 示’이다. 즉, 숲을 지켜보라는 말이다. 사자산 일대는 예로부터 질 좋은 소나무가 많아서 궁중에서 특별히 관리했는데, 궁중에서 쓸 재목을 남벌하지 말라는 이 금표가 그때의 산증인이다.

법흥사 절골 입구에 서 있는 일주문은 절에서 2킬로미터 가량이나 앞서 나와 있다. 근래 별나게 우람하게 지은 것은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는 사자산의 지세를 누르기 위한 풍수비보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자산 골짜기를 연잎에다 비유하고 적멸보궁이 앉은 자리를 연꽃봉오리에 비유했다. 그래서 이름도 연화봉이다.

일주문에서 법흥사까지는 2킬로미터나 된다. 아쉬운 점은 절골이라는 지명이 무색하게 인도 없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에다 그야말로 나무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길이라는 점이다. 산중 오지라해도 도무지 걷고 싶은 길이 아니다. 절에서 당국과 협의해서 가로수를 심어 숲길을 조성했으면 싶다. 이 경우 계곡이 멀지 않기 때문에 전나무 숲길이 무난할 것이다.

법흥사 주변의 야생화들은 일년 중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만개한다. 길섶과 풀밭과 양지숲 속에 숨어 있던 야생화들도 그동안 저마다 각양각색의 꽃들을 몰래 만들어 두었다가 이 날을 위해 일제히 꽃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그 가운데 사자산의 청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금낭화이다. 마치 과일송이 같은 꽃망울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아름답기 그지없다. 추위에도 강하고 번식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산간절의 조경용 초본류로는 첫손에 꼽힌다. 재배농가들이 많아서 전국의 꽃집 어디서나 야생원종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배수가 잘 되고 영양분이 있는 사질토에다 심는 것이 좋다.

주천강은 불교유적과 기암괴석이 적지 않은 사자산의 또다른 상징이다.

징효대사의 부도 옆에 노거수 밤나무가 있다. 안내판에 수령이 2백년 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절집의 밤나무 가운데 최고령일 것이다.

법흥사 주변은 꽃이 많고, 일사량이 많아서 다양한 나비들이 나타난다. 외눈이지옥사촌나비 한 마리가 탑돌이 하듯 극락전 주변을 맴돌고 있다.

뱀눈나비과에 속하는 나비들은 모두가 양쪽날개에 뱀의 눈처럼 생긴 둥근 점을 갖고 있다. 외눈이지옥사촌나비도 칙칙하고 어두운 날개 양쪽에 점이 나 있다. 이름이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화사한 5, 6월에 나타나 꽃의 꿀을 찾아다닌다. 가끔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축축한 땅에 앉아 수분을 찍어먹기도 한다.

극락전과 삼성각 뒤로는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가 조성되어 있다. 내화수림대란, 산불이 주요 건축물로 번지거나 또는 경내의 화재가 산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각 뒤쪽의 나무들을 베어내는 것을 말한다. 내화수림대의 폭은 15~20미터가 적당하다. 특히 전각 주변에 소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필수적이다.

까막딱다구리는 크낙새 다음으로 몸집이 큰 것으로 지난 1988년 이후 법흥사의 오랜 지표종이 되었다.

중대 가는 길은 소나무숲으로 그윽하다. 수령 100년에 이르는 장송들이 곳곳에 장관을 이루고 있다. 솔숲 간간이 활엽수들이 박혀 있지만, 소나무의 당당한 위세에 밀려 겨우 숨만 쉬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참나무에 약한 면모를 보여온 소나무들도 이렇게 우뚝나게 몸집이 좋으면 활엽수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흥사 숲은 산림조류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조류학자들 사이에 소문나 있다. 근래 나온 보고서에도 사자산 일대에는 새와 텃새 14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조류만 해도 4종이 서식하고 있다.

때마침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다구리 한쌍이 법운당 요사채 앞 소나무숲으로 날아들어 사진 찍기 좋도록 포즈를 취해준다. 까막딱다구리는 크낙새 다음으로 몸집이 큰 대형 딱따구리이다. 지난 1988년 4월 5일 처음 기록된 이후 까막딱다구리는 법흥사의 오랜 지표종이 되었다. 지금도 이 새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조류학자나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까막딱다구리 말고도 많은 새들이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 법흥사 곳곳에서 둥지불사를 한다. 찌르레기는 부도 옆 밤나무 구멍에다 새끼를 치고, 딱새는 새로 지은 범종각 대들보 모서리에 둥지를 틀고, 할미새는 원음루 옆 석축 틈에다 둥지를 틀고, 노랑할미새는 앞서 지나온 개울 옆 돌틈에다 새끼를 까놓았다.

계곡을 따라 임도(林道) 숲길이 나 있다. 20~30년생 나무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 혼효림 숲길은 그 옛날 마을 사람들이 횡성 안흥장을 보러 넘나들던 고갯길이라고 한다. 그 후, 재목을 실어나르는 산판길로 이용되는 과정에서 숲길이 많이 넓어졌다.

그윽한 숲속을 걷다보면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가 청아하게 따라온다. 숲의 소리를 들으면 그 산의 자연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바람소리는 숲과 식물의 다양성을 짐작하게 해주고, 물소리는 수량과 수질을 짐작하게 해주고, 새소리는 조류와 곤충상을 짐작케 해준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
2005-06-08 오전 11:12:00
 
 
   
   
   
2024. 5.1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