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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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다시 태어난 세종대왕
신문을 펼치면 의례히 등장하는 단어들 ‘고령화시대에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임금 피크제’ ‘패러다임’ ‘이미지 파워’ ‘슬럼프가 오면’ ‘자신을 브랜드화 하자’ ‘마케팅전쟁’ 등 온갖 외래어와 혼용하는 한글을 접한다.
한 민족의 힘은 말과 글이 살아야 굳건해진다고 믿는다. 따라서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우리의 말과 글을 아름답고 바르게 다듬고 키워가며 제 얼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겨레의 말에는 겨레의 얼과 혼이 담겨있다. 그러나 함부로 제멋대로 말하고 씀으로써 한글의 기본이 무너져 가는 너무나도 혼돈스러운 현실이다.
지난날에 중국을 큰 나라로 섬기려는 사람들이 한문을 높여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말이 주눅이 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일본이 침략해오자 또 일본에 아부하기 위해 일본어 쓰기를 좋아하고 우리글과 말을 얕보며 없애려고 했다. 이른바 조선총독부에서 정책적으로 억지로 이름조차도 일본식으로 고치고, 일본어를 쓰게 하며 우리의 글과 말을 말살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작금의 시대에는 세계화 바람으로 영어를 알아야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고 하여 너도나도 영어 열풍이다. 이미 사회는 외국어와 외래어 그것도 서구식 신조어까지 범람하는 홍수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물론 세계화 시대에 국경의 경계가 무너져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접 외국어로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있다면 그만큼 편리한 것도 없을 것이다.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도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마구 외국어를 자랑삼아 쓴다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인터넷과 방송 그리고 신문 등 언론매체 부터도 무분별한 외래어의 남용은 심각할 지경이다.
우리 글도 자세히 살펴보면 오랜 동안 이른바 한자어를 가지고 생활해 왔기에 우리 말의 낱말 중에 한자어가 80퍼센트가 넘어 순 우리말은 겨우 2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러한 한자말을 순 우리말로 바꿔 말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영어나 일본어 등도 처음에는 외국어로 쓰이다가 점차 외래어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주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말과 글은 더욱 큰 생존력으로 우리의 정신을 바로잡게 해 주고 있다. 일찍이 박은식 선생은 “일본말을 가르치면 일본 사람이 되고, 중국말을 가르치면 중국 사람이 되므로 우리는 우리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자국의 언어란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지난 여름 개장한 광화문광장에는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동상이 자리 잡았다. 퇴근길에 광화문광장을 걸어보았다. 정겨웠던 오래된 은행나무들은 사라져버렸고 황량한 그 자리에는 기괴한 모습의 햇빛 가리개들 만이 마치 무슨 조형물처럼 보인다. 그 중심에 세종대왕의 근엄한 형상의 동상이 있다.
세종대왕은 과학적인 한글을 만든 우리의 위대한 역사적 인물이다. 서울의 얼굴인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동상을 세우기로한 건 사소한 발상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광장이 있는 위치가 세종로이니 이순신장군이 아니라 세종대왕동상이 있어야 한다는 일부 시민의 요청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이순신장군 동상도 그대로 두게 되면서 광화문광장은 동상이 두 개가 있는 광장으로 변모했다.
세종의 한글창제의 깊은 뜻이 제행(諸行)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면 날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걸어오는 셈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 신앙처럼 넘치지 않는 모습으로 녹아들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갈등과 혼돈의 시대 세종대왕의 정신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200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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