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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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병 없는 세상도 마음이 만든다
지옥 없어지기 전 성불 안하겠다는 지장보살 원력
계율 지키며 사는 것이 청정불국토 만드는 지름길

[원문]
제성자풍수불호(諸聖慈風誰不好)
명왕원해최무궁(冥王願海最無窮)
오통신속우난측(五通迅速尤難測)
명찰인간순식중(明察人間瞬息中)
-서울 정릉 봉국사 명부전

[번역]
모든 성인의 자비로움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까
명왕의 서원 바다같이 무궁하고
오통 신속함 헤아리기 더욱 어려우나
인간 세상 밝게 살피심은 순식간이네

[선해(禪解)]
요즘, 세상의 가장 큰 이슈는 신종인플루엔자와 자살자 급증이다. 7백여 전 인간에게 가장 무서웠던 것은 유럽의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내 몰았던 흑사병(黑死病)이었다. 1347년 상선 함대 하나가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에 당도했다. 이 배의 선원들은 이상한 전염병에 걸려 있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사망하였다. 이것이 유럽에 흑사병이 전파된 첫 계기였다.
이후 인간의 의학은 날로 발전하여 그 어떤 무서운 전염병도 모두 낫게 만들었다. 하지만 20세기의 천형(天刑)이라 불리는 에이즈는 인간의 힘으로써는 고칠 수 없는 병이 되어 버렸으며 요즘에는 감기의 변형인 신종인플루엔자가 나타나 세상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바이러스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고 있는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감염된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수가 28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3,3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그 환자수가 6,000명을 육박하고 있고, 6명이 현재 사망했다고 한다. 인간의 의학 앞에서 절대 무기력했던 바이러스들이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 해서는 안 될 하나의 사실이 있다. 이 사회는 더불어 세상을 살아간다. 때문에 항상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경우에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화장지를 버린 후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요즘 절에서는 매주 법회를 많이 한다. 또한 산사 음악회나 템플스테이를 많이 한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감기 증상이나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남을 위해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은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적이다.
이 또한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자비(慈悲)정신이 더욱 요구된다. 남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것만이 공덕(功德)이 아니라, 남을 위한 마음을 가지는 그 자체가 바로 공덕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 안타까운 것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자살률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세계에서 첫 번째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연이어 일어나는 자살사건은 마치 한국사회가 ‘자살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키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사회에서는 하루 36명이 자살했다고 했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자살의 원인은 대개 개인적 문제보다 사회적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가히 충격적이다. 과연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는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입시위주의 교육, 농어촌 등한시, 개발에만 의존한 정책들이 이러한 젊은이들을 삶의 밭에서 밀어내는 결과를 야기 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개발과 정책이 선진국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삶의 질이 선진국인 나라가 되기 위해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살도 하나의 죄업(罪業)이며 살생(殺生)이며 가족에게 큰 죄를 범하는 일임을 명심해야한다. 생명을 그 무엇보다 존중하는 부처님 가르침에서 보면 자살은 반불교적 행위다.
오늘의 주련은 산승(山僧)이 머물고 있는 봉국사이다. 그동안 먼 곳의 사찰들에 대한 소개를 했다.
봉국사(奉國寺)는 나라를 다스리는 절이란 뜻으로 성보문화재가 11점이나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의 말사이다. 1395년(조선태조4) 무학 대사 자초(自超)가 세운 사찰로 창건 당시에는 약사불을 모시고 약사사(藥師寺)라 불렀다.1468년(세조 14)에 중건하고 1669년(현종10) 태조의 두 번째 비 신덕 왕후(神德王后)의 능인 정릉을 단장하면서 이 절을 원찰로 삼았다.
이 때 정자각(丁字閣 )과 안향청(安香廳), 전례청(典禮廳)등을 지었다. 1882년(고종19) 임오군란 때 불에 탔으나 이듬해 청계(淸溪)와 덕운(德雲)이 중창하였고 1931년 칠성각, 1938년 염불당을 세웠으며 1977년에는 일주문 옆에 2층 누각을 짓고 아래층을 천왕문, 위층을 일음루(一音樓)라고해 종루를 삼았다. 1994년 안심당을 짓고 현재에 이른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망월보전, 염불당 용왕각, 명부전, 산성각, 독성각과 요사채 등이 있다.
봉국사의 명부전은 앞면 3칸, 옆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1989년에 운담(雲潭), 영암(永庵), 취봉(翠峰) 스님이 중건하면서 시왕탱을 함께 봉안하였다. 안에는 지장삼존과 시왕, 각 2위씩의 판관· 녹사·시자, 그리고 2위의 인왕상을 모시고 있으며 1885년에 금곡(金谷) 스님이 그리신 지장탱이 봉안되어 있다.
명부전(冥府殿) 편액 글씨는 드물게 붉은 색 바탕에 세로로 썼다. 단정한 팽서체로 주련과 마찬가지로 근대에 쓴 것이다. 주련은 전부 네 점이 걸려 있는데, <석문의범(釋門儀範)>에 있는 ‘중단청(中壇請)’의 가영(歌詠)을 쓴 것인데 이 책은 안진호(安震湖) 스님이 1931년에 편찬하신 것으로 현행 한국불교의 의식(儀式)을 정리하였다. 하지만 비불교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비가 요망되고 있다고 한다.
‘제성자풍수불호 명왕원해최무궁: 모든 성인의 자비로움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까 명왕의 서원 바다같이 무궁하네.’
우리는 석가모니·공자·예수·소크라테스를 사대 성인(聖人)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부처님은 그 어떤 성인보다도 넓고 깊은 바다와 같이 무궁한 서원을 지니고 있다는 경구(警句)이다. 말하자면 그 서원은 모두 중생들이 병을 앓지 않고 천만 복되게 살도록 인도해 주고자 함이다.
‘오통신속우난측 명찰인간순식중: 오통의 신속함 헤아리기 더욱 어려우나 인간 세상 밝게 살피심은 순식간이네.’
오통이란 오계(五戒)를 어기는 다섯 가지 악행(惡行)인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망어(妄語), 음주(飮酒) 즉 이 오악(五惡)을 지은 사람이 지옥에 가서 받는 고통을 말하는데 이것을 인간의 마음으로서는 헤아리기가 힘들지만 부처님이 인간 세상을 밝게 살피는 일은 찰나에 있다는 말씀이다.
결국 부처님이 세운 서원은 중생들이 오악을 통해 지은 죄를 씻고 복되게 살게 해달라는 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지옥미제(地獄未除) 서불성(誓不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옥이 다 없어지기 이전에는 맹세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말씀이다. 고통 속에 파묻혀 있는 중생을 모두 구제하여 영원의 안락을 얻도록 해준 다음 더 이상 구제할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없을 때 자기가 성불하겠다는 지극한 서원이 바로 부처님인 것이다.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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