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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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속에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강 사 : 김규원 서울대 약대 교수
일 시 : 2009년 9월 16일
주 제 : 세포 안에 펼쳐진 연기의 세계
장 소 : 우면산 대성사 법당
주 최 : 서초 반야회(법조인 불자모임)

김규원 교수는 1976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 1985년 미네소타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과정을 거쳤으며, 1987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조교수, 1999년 혈관연구회 창립, 2000년 서울대 약대 교수로 부임한 후로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신약개발로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3년 세계 최초로 뇌혈관장벽의 SSeCK라는 단백질이 뇌혈관 구조를 만들고 유지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그 내용을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고, 2005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에 선정되고 호암의학상, 제1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등을 수상 했다.

서초반야회는
서초반야회는 불자 법조인들의 신행 모임이다. 1995년 2월, 서울 서초동 법조단지에서 일하는 불자 판ㆍ검사, 변호사, 법원 및 검찰청 직원, 법무사 50여 명이 뭉쳐 첫 돛을 올렸다. 당시 손수일 판사가 우면산 대성사 도문 스님을 친견하면서 모임이 본격화됐고, 현재 회원이 150여 명으로 늘어나 대표적인 불자법조인 신행단체가 됐다.
반야회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매달 셋째 주 수요일 대성사에서 법회를 갖고 있다.

세상 만물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 그 안에서 상호작용
모든 세포는 서로 도움주며 소통해야 생명체로 기능해

부처님이 깨달으시고 처음으로 설하신 <화엄경>. 이 화엄경을 7언 30구로 정리한 의상 스님의 법성게에는 ‘작은 티끌하나에 온 우주가 다 들어있다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란 구절이 들어있다. ‘진리’는 어디서나 통한다. 불교의 진리를 현대과학이 점차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규원 교수와 불교와의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팔만대장경’을 읽은 뒤 불교의 ‘인과론’처럼 세상의 사물도 네트워크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다는 시각을 갖게 됐다. 생명체를 들여다 볼 때도 항상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부터 생각한다”고 말한다.
미지에 대한 탐구욕이 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의 근원을 알고자 연구하는 김 교수가 불자 법조인들의 신행 모임인 ‘서초 반야회’의 9월 정기법회에 법사 겸 강사로 법당에 섰다.

#세포안의 연기법
부처님이 깨달으신 연기법은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다’는 인과의 법칙 즉 연기법으로 무명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즉 세상 만물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그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나의 세포와 다른 세포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승불교의 화엄사상은 연기의 세계를 ‘중중무진(重重無盡)’으로 표현했습니다. 하나의 사물은 단절되어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은 끊임없이 연결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포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현대과학 분야의 연구가 어떻게 이런 ‘연기사상’과 결부되는지 세포 안에 펼쳐진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우리가 세포 레벨에서 보면 여기 있는 세포가 번식하면서도 그 안에 세포의 특징을 담고 있습니다. 그 특징은 세포가 유전하면서 전해집니다.

#‘나(我)’임을 규정하는 비밀
우리가 알고 있는 ‘나’는 무엇일까요? 불교에서는 아(我)라고 합니다. 과학에서는 나를 구성하는 것을 피와 살, 몸 안의 조직, 그리고 조직안에 세포로 구성되어있다고 봅니다. 서양에서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세포라고 파악합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는 한 사람의 몸에 50조 개가 있고, 이 세포의 종류는 220종입니다. 이 지구상에 있는 사람보다 한 사람이 지닌 세포의 수가 더 많습니다.
사람이 젊었을 때부터 나이가 들어 변해가는 과정을 생(生), 노(老), 병(病), 사(死) 라고 합니다. 사람이 늙고 병들어 결국 죽는 것을 피할 수 없는데 우리 개체로 봐서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고(苦) 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늙어가면서 모습이 변해가도 ‘이것이 나다’ 라고 자각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모습은 유지가 됩니다. 늙어가면서 모습이 변해가지만 사람의 모습을 유지시키는 것의 비밀이 세포 안에 있습니다.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과정을 거치면서 그 모습을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변해 가는데 그래도 나라고 규정되는 것은 세포의 특성 때문입니다. ‘세포가 어떻게 해서 이런 특징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세포의 비밀 DNA의 발견
개체를 결정짓는 특징- 유전정보의 전달은 박테리아, 사람, 식물이 모두 같이 전달됩니다.
세포 핵 안에 들어있는 물질이 그런 특징을 구성 짓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1950년에 밝혀졌습니다.
1953년 왓슨(James Dewey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은 DNA가 ‘이중나선(double helix)구조’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보면 간단한 것인데 그때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그들은 한 장의 논문으로 1962년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지난 50년간은 ‘분자생물학의 시대’라 하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생명과학분야의 연구가 폭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즉, 우리가 진화를 할 수 있게 개체의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A, C, G, T로 구성된 DNA(데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입니다. DNA의 놀랄만한 성질은 이 물질이 정보를 저장하는 매우 능률적이고 튼튼한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 DNA의 이중나선은 유전정보의 정확한 전달을 수월하게 합니다.
그리고 DNA는 아데닌(adenine)(A), 시토닌(cytosine)(C), 구아닌(guanine)(G), 타민(thymine)(T)이 결합한 것입니다. 이 염기들은 DNA의 가닥 전체에 걸쳐서 어떤 순서로든 배열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의 몸은 생존해 있을 때 동일한 자신이라고 여길 정도로 독특한 형태를 어떻게 유지시킬 수 있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생명과학에서는 우리 몸 구성의 기본단위인 세포에 초점을 맞추어 그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결과 세포속의 유전정보가 복제되어 다음 세대의 세포로 전달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일어남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이것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유전적 특성이 결정됩니다. 이것은 알파벳의 자음과 모음 배열모양에 따라 시가 되고 소설이 되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DNA 가닥 전체에 걸쳐 배열한 염기들의 순서가 유전정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현대 모든 세포들과 많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DNA 입니다. 그리고 DNA의 구성요소는 사람 동물 박테리아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 DNA들의 배열순서가 달라져서 각 생명체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냄으로, 물질적인 측면에서의 자아, 즉 나의 육체는 이러한 DNA 배열순서의 고유성에 기인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의 수정란 세포로부터 수많은 분열과정을 거치면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작용되는가에 따라 뇌조직세포, 골격세포, 피부세포 등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세포들로 분화되어 각기 다른 기능을 발휘합니다.

#어느 세포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유전자들은 하나의 수정란 세포로부터 동일하게 복제되어 분열된 각 세포 속에 저장되어 전달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수십조의 세포들은 분화과정을 거쳐 그 특성이 다르면서도 그 유전정보의 총합은 동일하고, 하나의 세포 속에 모든 세포들의 유전정보를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 속에 전체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화엄경> 법성게의 일중일체다중일 (一中一切多中一 : 하나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 속에 하나가 있으며) 일즉일체다즉일 (一卽一切多卽一 :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다)라는 말과 부합되는 부분입니다. 분자생물학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세포하나에 모든 유전정보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봤을 때는 ‘가만히 앉아있는데 변화가 있는가’ 하고 생각이 들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에서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죽고 생성되고 있습니다. 세포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생명현상을 유지시키기 위해 세포는 고정됨이 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화합니다. 조건에 따라 생겨났다 사라질 뿐 고정된 실체는 없습니다. 이것이 연기와 부합되는 부분입니다.
다세포 생명인 사람의 세포들을 보면 계속 분열하고 각 기관의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깨뜨릴 수 없습니다. 결국,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나의 세포와 다른 세포가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정리=박선주 기자 sunjoo0802@naver.com
2009-09-23